국산게임리그 중 가장 폭발적인 관객 호응도를 자랑하는 액토가 7개월만에 액션토너먼트 2015 윈터 시즌 2로 돌아왔습니다.
개막전 입장권이 3분만에 매진되었고, 약 500명에 달하는 만원 관중의 뜨거운 현장 반응 덕분에 넥슨 아레나는 윈터가 아닌 서머의 느낌이었습니다. 팬 여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듯 선수들 역시 수준 높은 경기를 매 경기 펼쳐보이며 실력을 맘껏 뽐냈죠.
오늘의 첫 번째 던파 리포팅에서는 개막전 경기들 중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장면들이 많아, 경기 중 시간에 쫓겨 설명해드리지 못한 명장면들을 엄선해 보았습니다.
◆개인전 16강 조별 풀리그 A조 - 김창원, 김동훈, 채지훈, 김상재
◇위상변화를 무력화시키는 김창원의 클래스
던전앤파이터에는 리벤저, 홀리카운터, 허물벗기, 위상변화 등 다양한 반격기와 회피기가 존재합니다. 사용자의 실력에 따라 단순히 회피의 의미 뿐만 아니라 즉시 반격이 가능한 스킬들이 다수 존재하죠.
특히 잡기 이외의 모든 타격판정 중에도 먼 거리로 회피가 가능한 여마법사의 공통기 '위상변화'는 던파 10년의 역사동안 다른 캐릭터들로부터 수없이 질투 어린 시선을 받아야 했습니다. 성능, 쿨타임, 효율에 있어서 타 직업들의 반격, 회피기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뛰어난 회피기에도 약점은 존재합니다. 앞서 언급해드린 '잡기' 공격이 성공한 상태에서는 위상변화를 시전해도 판정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직업마다 잡기 판정의 스킬은 평균 2~3개 존재하지만, 그래플러는 대부분의 주 기술이 잡기 판정으로 시전됩니다. 로플링, 수플렉스, 수플렉스 사이클론, 에어 슈타이너, 스파이어 등 다양한 잡기 스킬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이 경기에서 김창원은 초반부터 상대방의 위상변화를 소모시키고 다양한 연계기를 통해 배틀메이지 김동훈의 HP를 깎아 갑니다. 분신의 위치, 평타 돌진, 금강쇄의 타이밍 등 경험에 의한 경기운영으로 착실히 기세를 올린 김창원은 김동훈의 반격에 의해 '반드시 잡는다'의 타이밍을 놓치고 '위상변화'의 쿨타임이 돌아온 악수를 맞이했습니다.
이어진 콤보 타이밍에서 보통의 선수들이라면 상대의 위상변화를 소모시키는데 만족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창원은 본능적으로 수플렉스 사이클론 - 에어 슈타이너로 이어지는 잡기 기술을 연달아 시전, 위상변화를 무력화시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왠만한 손속으로는 성공률이 낮은 바닥 4타 로플링까지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순간적인 상황 판단과 경험에 의한 위상변화 타이밍 캐치, 4타 로플링이 가능한 피지컬까지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한판승이었습니다.
◆무신 호도르 강림! '재경기-김동훈 vs 채지훈'
개인전 풀리그 개막전부터 1승 2패를 기록한 3명의 선수들은 재경기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단판으로 결정되는 풀리그 룰이었기 때문에 매 경기 선수들은 마지막 라운드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었죠.
근접 공격의 달인인 배틀메이지와 인파이터의 경기였지만, 결정적으로 승부를 갈라 놓은 것은 배틀메이지의 소환물이었던 '호도르' 였습니다.
인파이터 채지훈은 놀라운 타이밍 캐치로 '허리케인 롤'을 작렬, 김동훈과 호도르를 동시에 공중으로 띄워 올립니다. 세컨드 어퍼에 이어 더 많은 데미지를 주기 위해 인파이터의 가장 강력한 버프 스킬인 '섀도우복서'를 시전하는 순간, '무신 호도르'의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돌멩이 세번에 방망이질 한번, 무려 4연타를 연속으로 적중시킨 호도르의 활약에 힘입어 김동훈은 반격의 기반을 마련했고, 천격에 이어 황룡천공까지 성공시키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합니다. 각종 던파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무신 호도르'라는 이름으로 이 장면에 대한 탄식 섞인 찬사가 이어졌죠.
던파 결투장 최고 계급인 '무신' 칭호가 전혀 아깝지 않은 호도르의 4연타였습니다.
◆단체전 8강 토너먼트 A조 - 악마군단 vs 제닉스테소로
◇도망자와 추격자 - 1세트 대장전 정종민(악마군단) vs 조신영(제닉스테소로)
'결승 대진'이라는 평가에 어울리는 명경기였습니다. 양 팀에 속한 8명의 선수들을 모두 개인전 대진표에 집어넣고 개인전 리그를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1세트 3:3 대장전에서 양팀의 선수들이 모두 각각의 몫을 다 해내고 아웃된 상황, 바로 전 상대였던 크루세이더 김도훈의 활약으로 제닉스테소로의 조신영(로그)는 채 1/2도 남지 않은 HP로 악마군단의 정종민(배틀메이지)를 상대하게 됐습니다.
거친 공방이 이어지며 서로 소모전을 펼친 후, 정종민은 60%, 조신영은 5% 정도의 HP만을 보유하고 있었죠. 남은 시간 1분 20초. 누가 봐도 정종민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조신영은 방금 전 상대했던 크루세이더의 강인한 생존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은 80초의 시간동안 시간을 끌며 정종민을 농락합니다. 결국 타이머가 0이 됐을 때 시스템이 판정한 최종 결과는 조신영의 승리. 전략에 의한 대장전의 진수를 보여준 한판이었습니다.
이래서 던파는 알면 알수록 깊습니다.
◆말 그대로 불굴의 의지 - 2세트 개인전 정종민(악마군단) vs 김태환(제닉스테소로)
던파에는 직업별 공통 스킬들이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모든 직업이 공통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스킬들이 있죠. 도약, 고대의 기억, 불굴의 의지 등이 바로 그것인데요, 그 중에도 캐스팅 중 슈퍼아머 효과를 부여하는 '불굴의 의지'는 마법형 캐릭터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스킬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 '불굴의 의지'가 반대로 얘기하면 물리, 근접형 캐릭터에게는 효율이 낮다고 평가받는게 사실입니다. 콤보 중이나 슈퍼아머, 반드시 잡는다 등 거리를 벌려 놓고 안전하게 쓰면 되는 스킬들에 아까운 스킬포인트를 소모해서 슈퍼아머 판정을 부여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제닉스테소로의 김태환(그래플러)은 바로 이 허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이미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승기를 잡아가던 김태환은 정종민의 '강습유성타'에 대해 불굴의 의지-독바르기-고대의 기억-도약을 차례로 시전하며 슈퍼아머 판정을 최대화합니다.
만약 캐스팅을 2개 정도만 시전했다면 뒤따라 오는 체이서에 다운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태환은 지체하지 않고 자신이 당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캐스팅 스킬을 연달아 시전한 후 잡기 스킬을 성공시킵니다. 그래플러에게 독바르기, 고대의 기억이 무슨 의미가 있냐구요? 바로 이 한 번의 반격을 위해서라면 스킬포인트가 아깝지 않습니다.
불굴의 의지에 이어지는 4종 캐스팅 세트. 불굴의 스킬트리 연구에 감탄할 뿐입니다.
개막전이지만 결승전 같은 퀄리티의 경기들이었습니다. 그런데 11번의 경기 중 이제 고작 1번을 했을 뿐이네요. 이번 주 경기에도 수많은 명장면과 명경기들이 펼쳐지길 기대하며 오늘의 리포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일요일 오후 2시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