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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의 던파 리포팅] '전설'과 '전설'이 만나다

[정준의 던파 리포팅] '전설'과 '전설'이 만나다
'전설'과 '전설'이 만납니다. 그런데 그 무대가 결승전이 아닌 16강 조별 풀리그입니다.

한 명의 선수는 개인전 4회, 단체전 1회 우승을 달성한 전설적인 선수이고, 또 한 명의 선수는 액션토너먼트 3회 우승, F1 결투천왕대회와 액션토너먼트 양대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입니다.

던파리그는 15번째 정규 시즌을 맞았습니다. 그간 F1 결투천왕대회나 WCG를 진행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공식 리그는 채 20번이 되지 않죠. 그런데 이 두 선수의 우승 경력을 합치면 무려 10번입니다. 개인전, 단체전으로 치뤄지는 리그 규정을
적용하더라도 최소 1/4의 우승 타이틀은 이 두 선수가 나눠 가졌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과거 던전앤파이터 리그의 영웅 김현도와 액션토너먼트의 전설 정재운입니다.

◆16세의 소년, 전설이 되다.
그 소년과의 첫 만남은 2007년 던파 2차리그 개인전 예선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현역 선수였던 필자와 김현도는 개인전 16강에서 처음 마주하게 됐죠. 한 번의 경기만 더 승리하면 본선 진출에 성공하기에, 가장 중요하고 긴장되는 경기였습니다.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왠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곱슬머리의 소년 하나가 옆에 와서 앉습니다. 손이 떨려 USB 슬롯에 키보드조차 제대로 꽂지 못할 정도로 긴장하고 있더군요.

'전설' 김현도.
'전설' 김현도.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언제 떨었냐는 듯 슈퍼아머와 붕권이 날아듭니다. 분명 어리고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타이밍을 정확히 캐치해내고 과감히 돌격할 줄 하는 선수였습니다. 결과는 2:1로 소년의 승리였고, 두달 후 이 친구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고수들을 모두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던파리그의 전설' 김현도의 시작이었죠.

이후 김현도는 승승장구했습니다. 2, 4, 5, 6차리그 개인전의 주인공이 되었고, 모든 명경기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플레이에 팬들이 특히 열광한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후퇴가 없다'는 것이었죠.

근접전에 특화된 여스트라이커의 기본 특성을 넘어, 김현도는 슈퍼아머 쿨타임을 벌기 위해 도망을 치거나 유리한 HP 상황이라고 시간을 끌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캐릭터보다 더 좋은 판정의 상대를 만나도 무즈어퍼와 철산고로 카운터를 성공시키고, 붕권으로 거리를 좁혀 승리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김현도의 강력함은 '직접 붙어봐야 안다'는 것이 선수들의 공통적인 의견입니다. 눈 깜짝할 새 스턴과 경직이 풀리고, 화면 끝에서 단번에 돌진해 들어오는 그의 돌진 능력은 특히 원거리 캐릭터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거든요.

'뻔하지 않은' 공격 루트와 '알면서도 못 막는' 타이밍을 동시에 가진 김현도는 2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존하는 레전드'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아시아를 제패한 투척왕
역대 던파리그 최초의 개인전, 단체전 양대 우승자는 9차 리그에 출전했던 마도학자 권민우(현 사령술사)입니다. 하지만 액션토너먼트 출범 이후 한국 리그와 아시아 리그를 모두 석권한 유일한 선수가 탄생했습니다. 남스트리트파이터 유저인
'투척왕' 정재운이 그 주인공이죠.

또다른 전설 정재운.
또다른 전설 정재운.

한국, 중국, 일본의 선수들이 한데 모여 실력을 겨루는 F1 결투천왕대회 양대 우승, 액션토너먼트 2015 윈터 양대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한 정재운은 '액션토너먼트의 전설'로 손색이 없습니다. 김현도가 2010년 이전의 전설이라면 정재운은
현재진행형 전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현도와 정재운의 플레이스타일은 정반대입니다. 전진하고 또 전진해서 기회를 만들어야하는 여스트라이커와 달리 정재운의 남스트리트파이터는 거리를 벌려 투척으로 상대를 견제하고, 한 번 띄웠을 때 최대한 많은 데미지를 준 후 안전하게 도망가야 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죠.

같은 격투가 직업군이지만 그 차이는 마치 격투가와 거너 정도로 큽니다. 게임시작 후 30초가 지나면, 정재운은 모든 옵션을 풀가동할 수 있게 됩니다. 기본 투척스킬에 이어지는 그물투척, 2가지 잡기 스킬, 이중투척까지 사용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그동안 정재운의 패턴은 원거리 저격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근거리에 들어오면 질풍각 또는 니들스핀으로 타이밍을 뺏은 후 그물투척 콤보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왠만한 원거리 캐릭터도 울고 갈 넓은 투척범위와 압도적인 콤보 데미지를 자랑하는 남스트리트파이터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로부터 기피대상 1위로 꼽히는 정재운이기에, 같은 조에 속한 선수들 역시 정재운에 대비한 연습을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현도는 많은 것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정재운은 김현도조차 이루지 못한 것들을 하나 둘씩 이뤄가고 있죠. 최초의 액토-F1 양대우승을 넘어 2연속 양대우승을 노리는 정재운이니까요.

◆최고의 테크니션, 최강의 생명력
16강 A조 풀리그에서 3전 전승으로 가볍게 8강에 안착한 여그래플러 김창원. 오랜 경험과 빠른 연타, 안정적인 콤비네이션 능력으로 '무관의 제왕'으로 불리는 김창원이지만, 그의 플레이를 위협할 만한 리그 최고의 테크니션이 한명 더 있습니다. 단체전에서 '제닉스테소로'의 에이스 역할을 해냈던 또 한 명의 여그래플러 김태환이죠.

실제로 김태환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면 경악 그 자체입니다. 손에 모터가 달린 듯 빠르게 x키를 연타하며 불가능할 것 같은 연계기도 쉽게 성공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스킬의 사용, 캔슬, 페인트 타이밍도 기존 강자들을 능가할 정도니까요.

덧붙여서 김현도, 정재운과의 상성이 나쁘지 않습니다. 두 선수 모두 카운터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해도, 판정이 똑같이 물리는 상황이 되면 잡기 스킬이 슈퍼아머를 이기기 때문이죠. 특히 정적인 동작이 많은 정재운의 남스트리트파이터는 잡기 기술에 능한 김태환에게 허점을 노출하기 쉽습니다.

나머지 한 자리를 꿰찬 크루세이더 정종현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트렌디한 캐릭터들의 대거 등장, 신예 선수들의 성장으로 인해 기존 프로급 선수들도 개인전, 단체전 양대 진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종현은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예선을 뚫고 당당히 본선에 합류한 실력자입니다.

또한 크루세이더의 플레이스타일이 돌격보다는 회복, 카운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신성한 빛'이 물리공격 캐릭터에게 효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16강 C조의 승패는 더욱 미궁속으로 빠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시전되는 힐링 3종 세트와 부활, 무적 스킬이 합쳐진 크루세이더의 강인한 생명력은 리그의 역사를 함께 한 선수들조차 만만히 볼 수 없는 요주의 캐릭터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던파리그의 영웅은 다시 한 번 왕좌를 지배하기 원합니다. 액션토너먼트의 전설은 연속 양대우승을 위한 첫 걸음을 떼려 합니다.

매 경기 더욱 뜨거워지는 이번 주 액션토너먼트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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