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검찰청 특수부(부장검사 박상진)는 스타크래프트2 승부 조작 혐의로 프라임 최병현, 박외식 감독 등 9명을 구속 기소했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다. 2010년 한국 e스포츠 업계는 승부 조작의 철퇴를 맞았다.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던 팀의 간판 선수들이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동료들에게 승부 조작을 권유했고 이로 인해 10여 명의 프로게이머들이 영구 제명 조치를 당했다. 팬들은 브로커로, 선수로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고 기업들 또한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며 떠나갔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던 e스포츠는 큰 파고를 맞았고 5년 뒤로 후퇴했다.
이번 승부 조작에는 현직 선수와 감독이 연루됐다. 2015 시즌 프로리그 최하위팀인 프라임의 테란 최병현과 감독직을 맡았던 박외식이 가담한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최병현은 프로리그가 진행되던 내내 승부 조작설이 제기됐다. 초반에 유리하게 풀어가던 경기도 일정 시간 이후에 무리하게 공격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2015 시즌 최다 연패인 14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박외식 감독은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전담하겠다며 시즌 중반에 스타크래프트2 감독직을 놓기도 했지만 승부 조작에 연루된 사실을 시인했다.
창원지검이 이번 수사를 통해 승부 조작의 뿌리까지 캐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스타크래프트2 리그가 열릴 때마다 팬들은 댓글을 통해 진 선수에게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역전승을 거둔 선수도 찝찝하고 패한 선수도 찝찝하다. 이참에 e스포츠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넓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 바람은 승부 조작을 일으키는 브로커들을 일망타진해줬으면 한다. 승부 조작설이 흘러 나오면서 e스포츠 업계에는 브로커들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충격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전직 프로게이머, 프로게임단 코치, e스포츠 기자까지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으며 선수들을 매수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제보였다. 동료 선수, 스승과 제자,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난 친분을 활용해 승부 조작에 가담시킨 이 들은 e스포츠계의 암적인 존재다.
불법 베팅 사이트는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으면 적발하더라도 사이트 폐쇄 이상의 조치를 하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브로커는 잡아들일 수 있다.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경로를 파악하고 역추적하면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추가로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최병현과 박외식이라는 고구마 줄기만 쳐내지 말고 그 밑에 암약하고 있는 고구마까지 넝쿨째 뽑아내야 한다. 조기에 발견한 암은 치유할 수 있지만 말기까지 번지고 나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