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선 프로게이머를 지망한다는 경기도 대표팀이 챌린저 5인이 모인 대전광역시 대표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도 선수들은 프로게이머 못지않은 실력으로 현장을 찾은 프로게이머와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서든어택 결승에선 경기도와 대전광역시가 KeG 결승에 이어 다시 한 번 결승 무대에서 만났다. KeG에선 대전광역시가 우승을 차지했지만 전국체전에선 경기도가 보기 좋게 복수에 성공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을 차지한 경기도의 한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대전팀에게 그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전국체전이란 큰 대회에서 복수에 성공해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마추어 대회지만 프로 선수들 못지않은 대결구도와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작은 체육관에서 조촐하게 치러진 전국체전이 프로 무대만 주로 보던 이들에겐 어설퍼 보였을지 몰라도 참가한 선수들에겐 잊을 수 없는 경험이며 프로를 향한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좋은 추억만 갖고 갔으면 좋았겠지만 개막식 무대에 오른 한 관계자의 발언은 참가한 선수들과 e스포츠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개막식 축사를 위해 참가한 강원도 교육청 체육건강과 정치수 과장은 무대에 올라 "아동과 학생 동호인 숫자를 따지면 e스포츠만큼 많은 종목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아동과 학생들이 너무 과도하게 몰입하거나 그 단계를 지나 중독단계에 있어 e스포츠 부작용을 말하는 분들도 많다. 부작용과 좋지 않은 영향들 해소하고 e스포츠가 규격화, 제도화, 스포츠화 돼야 한다는 논의가 체육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스포츠가 동호인 종목, 시범종목을 지나 정식 종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여러분들과 협회 관계자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그저 그런 평범한 축사였겠지만 'e스포츠 부작용'이란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기자의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어서 개막식 현장을 촬영한 담당자에게 요청해 다시 한 번 해당 발언을 들었지만 정확히 'e스포츠 부작용'이었다.
도대체 e스포츠 부작용은 무엇인가. 전국체전은 각 지역대표로 뽑힌 선수들의 실력을 겨루는 장이고 이곳에서 게임 중독도 아닌 e스포츠에 대한 중독과 부작용을 언급한다는 것은 게임과 e스포츠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치 학생들을 앞에 두고 훈계라도 하는 분위기였다.
백번 양보해 '게임 중독'과 착각해서 나온 발언이었다 하더라도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같은 말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고, 말의 의도는 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입장이 더 중요한 법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여가를 위해 즐기는 콘텐츠와 경쟁을 위한 콘텐츠를 구분 짓지 못한 발언이었다.
뭐든 과하면 해가 되는 것은 맞는 말이다. 비단 게임뿐만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과도하게 빠져들면 해가 된다. 하지만 선수들 앞에서 굳이 그런 발언을 해야 했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만약 이 인사가 당구나 골프 등 다른 종목에서 축사를 했다면 당구 중독이니, 골프 중독과 같은 단어를 쓰면서 이야기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앞서 축사를 건넨 권성동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발언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강릉이 지역구인 권 의원은 "e스포츠는 잘 모르지만 스타크래프트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e스포츠 능력을 아시아를 비롯해 세계에 널리 떨친 게임이란 것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집중력과 신체적 능력, 지적인 부분을 활성화 시킬 수 있고 신체적 단련도 시키면서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e스포츠"라며 "노인들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치매 예방과 기억력 향상에 좋다. 전 국민에 확산될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은 아니지만 그 진심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었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 2011년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에 찬성한 많은 의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전국체전에 참가한 선수 중 상당수가 학생들이었는데 만약 선수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권 의원의 축사에 박수를 쳐주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인 e스포츠 대회가 아닌 전국체전에 e스포츠 종목이 끼어있는 상황이라 평소보다 많은 지자체 내빈들이 자리했고 이에 따른 의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국체전의 주인공은 내빈들이 아니라 참가한 선수들이다. 내빈보다 선수들에게 더 많은 배려가 필요했다.
특히 게임의 경우 다양한 사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억울한 경우가 많아 부정적인 시각에 예민하다. 때문에 경기를 앞둔 선수들 앞에서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해 우려 섞인 발언을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 그저 가볍게 던진 한 마디였을 뿐이라 하더라도 말이란 언제나 듣는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