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프리카TV가 내세운 이유는 상식적이지도 않으며 논리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내부 방침이 일관성도 없다. 아프리카TV는 데일리e스포츠와 전화 통화에서 "협회가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는 사실만 강조하며 교묘하게 언론 플레이를 하려 했다.
◆승부조작 가담자보다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간 BJ 죄질이 더 나쁘다?
아프리카TV는 승부조작 가담자들에게 '자연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자연인'이라는 말은 법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하는 자연적 생활체로서의 인간을 뜻한다. 승부조작 가담자들도 자연인이다. 아프리카TV의 약관에 위배되지만 않으면 개인 방송을 할 수 있다. 아프리카TV의 발표처럼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하지만 사법 기관인 법원으로부터, 소속 활동 기관이었던 한국 e스포츠 협회로부터 영구제명이라는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라는 콘텐츠로 개인방송을 함으로써 수익을 얻고 있다는 사실은 도덕적으로 용납이 되지 않는다. 사회 관련 과목에서 다들 배우지 않나. 법 위에는 도덕이라는 사회 규범이 있다.
아프리카TV가 그동안 보여준 행보도 짚어보자. 아프리카TV는 KOO TV로 넘어간 BJ의 아이디를 영구정지 시킨 바 있다. KOO TV로 넘어간 BJ들은 범죄자도 아니고 그저 아프리카TV를 플랫폼으로 사용하지 않는 '자연인'일 뿐이다.
아프리카TV의 논리는 명확하다. 승부조작 가담자라도 아프리카TV의 약관에 따라, 또는 운영 방침에 따라 방송할 수 있으며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간 BJ들은 아프리카TV의 경쟁사에서 영업을 하니 영구정지를 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TV의 세상에서는 승부조작으로 e스포츠 업계에 큰 타격을 입히고 실형까지 선고 받았지만 회사에게 돈이 되는 전직 프로게이머들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경쟁 플랫폼인 KOO TV로 옮긴 BJ들은 아프리카TV의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판관' 아프리카TV 입장에서는 문을 닫도록 제재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프리카TV의 운영 방향은 자사의 이익이 최우선에 있으며 사회에 통용되는 도덕률보다 약관이 우위에 선다고 풀이할 수 있다. 한 마디로 별풍선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불의'는 참을 수 있지만 '불익'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아프리카TV의 논리가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개인방송 사업자일뿐 e스포츠 방송사는 아니다?
아프리카TV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람들을 '자연인'으로 규정하고 그들의 방송 송출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에는 "우리는 개인방송 사업자이기 때문에 e스포츠 업계와 동업자 정신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아프리카TV 선택을 옹호하는 소수의 팬들 역시 이런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TV는 현재 다양한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 스타크래프트2 한국 정규 개인리그인 GSL을 주최하는 방송사다. 즉 e스포츠 팬들에게 아프리카TV는 더 이상 개인방송 사업자가 아닌 e스포츠 방송사로 받아들여 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승부조작 핵심 선수인 최병현은 자신들이 주최할 리그인 GSL에서 승부조작 한 것이 밝혀졌다. 아프리카TV 논리대로라면 GSL 중계 방송을 최병현이 중계방을 만들어 방송하면서 직접 해설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이 승부조작을 했던 리그를 직접 중계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대로라면 그저 개인방송 사업자일 뿐인 아프리카TV가 단순히 GSL이 열리던 곰exp 스튜디오를 인수했다는 이유 만으로 GSL을 개최할 자격이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e스포츠 방송국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는 저버리고 권리만 행사하며 '돈'에만 연연하는 아프리카TV가 과연 권위 있는 e스포츠 리그를 개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불법베팅의 온상...아프리카TV 중계방 제지도 없어
아프리카TV는 e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법베팅의 온상'으로 불린다. 아프리카TV 중계방은 불법베팅 사이트를 운영하는 운영자들이 경기를 보며 베팅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프리카TV가 과연 이를 몰랐을까? 막을 방법이 없을까? 절대 아니다. 버젓이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불법이 가해지고 있지만 아프리카TV의 논리대로라면 이들은 '자연인'일 뿐이니 제지의 대상도, 막을 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정의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물론 다른 사이트 중계창에도 종종 불법베팅 사이트를 홍보하는 댓글도 나온다. 그럴 경우 해당 플랫폼은 불법베팅 사이트를 홍보하는 아이디를 신고할 것을 권유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아이디를 영구 정지 시키는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TV는 단순히 불법베팅 사이트를 홍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계방에서 불법베팅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도 한다. 온라인 '불법 도박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불법베팅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의 아이디를 정지시키기도 하는 등 대책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불법 도박판'의 온상인 아프리카TV에서 e스포츠 공식 리그인 GSL이 열린다는 사실은 또다른 승부조작을 부채질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블리자드가 나서야 할 때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내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될 경우 아이디를 영구 정지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그 사람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가지고 어떤 활동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만약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어떤 선수가 승부 조작을 했다면 아프리카TV가 방송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라이엇 게임즈 차원에서 선수의 활동을 막을 수 있다.
그에 비해 블리자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승부조작에 관련됐던 선수들이 중국 대회에 출전하는 것조차 막지 않았다. 자신들의 게임이 불법에 이용되고 있는데도 손 놓고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아프리카TV가 이번 승부조작 사태와 관련해 이같은 태도를 취한 것도 블리자드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만약 블리자드가 승부조작 등 불법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이를 허용한 방송국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면 아프리카TV가 과연 이같은 선택을 했을지는 의문이 든다.
이제는 블리자드가 나서야 할 때다. 자신들의 권위 있는 대회에서 승부조작을 한 선수가 버젓이 방송할 수 있는 플랫폼을 대회 주최사로 선정하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블리자드의 단호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