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압권이었던 경기는 KOO 타이거즈와 KT 롤스터간의 맞대결이었습니다. 우승후보가 너무 일찍 만났다는 평가를 듣던 두 팀의 경기는 매경기 역전 승부가 나올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습니다. 리드하던 팀의 실수로 경기가 뒤집히는 것이 아니라 지는 쪽에서 환상적인 슈퍼 플레이를 연출한 것이죠.
KOO 타이거즈의 3대1 승리가 확정된 순간 현장을 찾은 많은 팬들이 기립박수로 화답했는데요. 이는 승자인 KOO뿐만 아니라 끝까지 잘 싸운 KT에게 보내는 관객들의 찬사였습니다.
선수들은 최고의 플레이로 최고의 무대 롤드컵을 장식하고 있지만 운영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프나틱과 에드워드 게이밍의 4강 2세트 경기 도중 버그가 발생했고 그 여파로 경기가 지연되고 재경기까지 진행됐습니다.
서로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승부에 영향을 미칠 버그가 발생했기에 재경기를 치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승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버그를 사전에 파악하고 수정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습니다. 버그로 인해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은 이번 롤드컵에서 가장 핫한 챔피언인 모데카이저와 갱플랭크가 모두 풀린 경기를 끝가지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라이엇은 8강전이 모두 끝난 뒤 버그로 문제가 됐던 그라가스와 직스, 럭스를 남은 롤드컵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준결승과 결승에서 버그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인데요. 이로 인해 준결승에 진출한 팀들은 밴픽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그라가스는 조별 본선 49경기 중 20회 선택, 4회 금지로 50%에 가까운 밴픽률을 기록한 바 있으며 8강전에서도 자주 모습을 내비쳤습니다. 그라가스는 정글 챔피언 중에서는 엘리스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엘리스와 렉사이가 금지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정글러가 그라가스인데요. 4강에 진출한 네 팀 정글러들은 그라가스가 제외된 밴픽 구도 아래 새로운 카드를 꺼내야 하는 입장에 놓였습니다.
그라가스 글로벌 밴은 일반 스포츠로 치자면 대회 도중 규정 변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지역의 작은 규모 대회라면 모를까 전 세계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규정을 변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대회 버전 게임 클라이언트에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불완전한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뛰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대회에서는 보다 완벽한 게임 환경 아래서 최고 선수들의 기량을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