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어진 8강 대진표 추첨에서 어마어마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버서커 곽재훈, 사령술사 권민우, 배틀메이지 김동훈의 상대 자리가 모두 공석인 상황에서 하필이면 여그래플러 김창원의 옆자리를 뽑아버린 것이죠. 모두가 주목하는 사실상의 결승 대진이 8강 경기부터 벌어지게 됐습니다.
◆3승 vs 3승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전 16강 D조에서 정재운은 3전 전승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16강에서 3전 전승을 달성한 선수가 또 있죠. 바로 A조에 속했던 김창원입니다. 비록 A조 경기가 호도르의 대활약으로 인파이터 채지훈에게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 날 경기에서 모든 변수를 가볍게 장악하며 위기 없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 선수는 김창원이었습니다.
▶F1 결투천왕대회 우승자 vs F1 결투천왕대회 우승자
한중 결투 대회로 유명한 F1 결투천왕대회는 명실공히 던전앤파이터 최고의 결투 고수를 가리는 공식 대회입니다. 정재운은 이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단체전을 모두 제패한 '양대 우승자'가 되었고, 제 1회 대회의 우승자는 바로 김창원이었습니다.
중국 결투리그 팬들에게 있어 김창원은 '쿵푸팬더'의 외모와 함께 동경의 대상이 되었고, 정재운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닉스스톰X vs 제닉스스톰X
공교롭게도 이 두 명의 선수는 단체전에서 같은 팀 소속입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제닉스스톰X로 함께 출전, 단체전 2연패를 노리는 동료 사이인 것이죠. 함께 동고동락하고 연습도 같이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서로의 장단점과 패턴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둘 사이의 경기는 그 어떤 경기보다 탁월한 심리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바와 같이 이미 제닉스스톰X는 개인전 우승후보급의 선수를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독 신인 팀이 많은 이번 리그 단체전에서 형제팀인 제닉스테소로를 제외하면 상대가 없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강력한 팀이죠. 그리고 제닉스스톰X의 완성은 나머지 두 선수의 조합으로 완성됩니다.
◆'삼사의 제왕' 이제명
남레인저 시절 '이동사격', '공중사격', '난사'의 삼박자를 완벽하게 컨트롤하며 레인저의 정점으로 평가받았던 이제명은 이번 리그 여레인저로 출전합니다. 1차 리그부터 이어져 온 남레인저의 개근 역사가 이번 시즌에서 마침표를 찍은 것은 '이제명이 여레인저로 캐릭터를 변경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남거너로서 이제명이 지닌 존재감은 대단합니다.
이번 시즌 개인전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개인전, 팀전을 가리지 않고 출전할 수 있고 대장전에서 올킬을 기록한 적도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엔트리 구성에서 제닉스스톰X의 핵심이 되는 선수입니다. 수많은 준우승 경력으로 인해 던파리그의 원조 '콩라인'으로 불리우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며 '1등이 되는 법'을 제대로 깨달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진격의 소환사' 조성일
소환사라는 직업은 항상 애증의 대상입니다. '결투 게임에서 AI로 움직이는 소환물을 이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소환사는 도망만 다닌다.'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바라보는 유저들이 많기 때문이죠.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무신 호도르의 '3돌멩 1방망이' 콤보에 대한 시선도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소환사의 직업적 특성으로만 평가하기엔 너무도 아쉬운 선수가 바로 조성일입니다.
대부분의 소환사들과는 달리 조성일은 본체의 체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천격, 낙화장 두 개의 스킬 만으로도 상대의 흐름을 차단하고, 시간을 끌며 소환물 뒤로 숨는 대신 공격적인 플레이로 소환물과의 연계 동작을 선보이는 선수죠.
소환사에 대해 상성이 좋은 그래플러 선수들도 조성일과의 대전은 심리적으로 어려워하고, 원거리 저격이 가능한 런처, 메카닉 등의 캐릭터들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무빙으로 상성을 무효화시킵니다. 1:1, 에이스결정전에 진출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장전과 팀전에서는 '승리 굳히기' 카드로 사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이번 주 단체전 8강 마지막 경기에서 제닉스스톰X는 신예 선수들로 구성된 맛집정복 팀과 경기를 펼칩니다. 아쉽게 개인전에서 탈락한 크루세이더 정종현이 속해 있고, 김령태(배틀메이지), 이성묵(남스트리트파이터), 민동혁(남그래플러)으로 구성된 팀입니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면 경험과 실력 모두 한 수 아래의 팀이지만 어떤 경기든 조그마한 변수가 결과를 뒤집을 수 있으니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정재운 vs 이성묵의 남스트리트파이터 미러전, 김창원 vs 민동혁의 그래플러 성대결도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신인의 패기와 우승자의 관록이 모두 발휘되는 명경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