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승부조작 사건이 더 화가 나는 이유는 스타크래프트2 부활을 위해 그동안 노력했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얼마 전 스타크래프트2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스포티비 게임즈 김하늘 PD, 온갖 고생 끝에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우승 후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최연성 감독의 열정을 무너트리는 일이 아닌가.
스타크래프트2를 부활시키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얼마나 큰 열정을 가지고 일해왔는지 지켜봤던 사람들이라면 돈 때문에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람들을 절대 이해도, 용서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프로라는 이름을 저버린 자신들의 선택에 철저한 처벌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스타2 망하겠네'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래서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들과 감독에게 느끼는 분노는 더 커져만 간다. 우리들의 노력을 0으로 만들어 버린 그들에게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그와 별도로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애정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모여 만든 스타리그, 프로리그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결승전 때 느꼈던 벅찬 감동과 아직도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선수들의 열정을 생각해서라도 스타크래프트2 리그는 계속돼야 한다.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스타크래프트2를 무척 아끼고 사랑한다. 9년이 넘게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이 흘린 땀방울과 눈물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그릇된 선택을 한 몇 명 때문에 스타크래프트2가 이대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팬들도 '망했다'는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남아 있는 선수들의 열정과 마음을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공허의 유산' 발매를 앞두고 과거를 청산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e스포츠에 난무하는 승부조작을 뿌리뽑고 열정 가득한 선수들과 함께 더 재미있는 리그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지금의 분노 에너지를 남아 있는 선수들을 응원하는데 써주기 바란다. e스포츠 역사는 힘들었을 때 박수와 격려를 보낸 팬들의 진심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