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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무차별 의심은 지양해야

지난 19일 현역 프로게이머와 감독이 관여한 e스포츠 승부조작 사태가 터지며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e스포츠 업계가 승부조작 사건에 유독 민감한 이유는 지난 2010년 발생했던 승부조작 사건의 후폭풍이 꽤 컸기 때문이다. 승부조작의 오명으로 인해 많은 후원사들이 e스포츠 시장에서 발을 빼는 바람에 리그는 후원사를 찾기 힘들었고, 많은 팀들이 해체됐다.

이후 오랜 기간에 걸쳐 무너진 e스포츠의 위상을 다시 세우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많은 관계자들과 팬들이 노력했기에 이번 승부조작 사건은 더욱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만큼 배신감도 배가 됐다. 거의 아물어가던 곳에 다시 한 번 상처가 난 것이다.

승부조작이 무서운 이유는 산업을 위축시키는 것도 있지만 그 후유증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후유증은 '무차별 의심'이다.

지난 봄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감염력 높은 이 질병이 유행하며 당시 거리에선 헛기침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거리를 두려 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평소엔 별 것 아닌 일들이 급박하게 변한 환경으로 인해 '경계해야 하는 일'이 되고 만 것이다.

승부조작도 메르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0년 승부조작 사건 이후 적지 않은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에서 선수가 부진할 때마다 '조작 아냐?', '조작이네' 같은 말들이 나왔다. 일부는 장난스럽게 던진 말이지만 선수들에겐 크나큰 상처가 됐다. 부진한 것도 서러운데 조작 의심까지 받는 선수들은 억울함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했다.

이처럼 선수들을 향한 '무차별 의심'은 수년째 이어졌지만 의심보다 신뢰와 응원을 주는 팬들이 더 많았기에 선수들이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다.

하지만 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조작의심을 받던 선수의 경기가 진짜 조작된 경기임이 밝혀지게 되면서 무차별 의심은 다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오히려 '조작범을 걸러냈다'는 경험이 더해지면서 앞으로 선수에 대한 의심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발표한 승부조작 사건개요도.(사진=검찰 제공)
검찰이 발표한 승부조작 사건개요도.(사진=검찰 제공)

승부조작은 재발할 수 있다. 두 번이나 터졌는데 세 번째가 없으리란 법은 없다. 국내에서도 축구, 농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고, 거액의 돈이 오가는 유럽 축구에서도 발생하는 것이 승부조작이다. e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잘 대비하고 대응하느냐는 것인데, 이 대비태세의 한 가운데 무차별적인 의심의 눈초리가 들어가선 안 된다.

처벌은 무겁게 하되 남은 선수들이 피해 받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현재 가장 고통 받는 것은 선수들일 것이고, 선수들 사이에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오갈 수 있다. 이런 예민한 시기에 함부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가는 애먼 선수가 고통 받다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은퇴할 수도 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시즌이 종료된 직후이고 새로운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추스를 시간이 남았다는 것이다. 새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벌어진 상처를 봉합하고 새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즌이 돌아왔을 때 팬들은 선수가 한두 차례 부진한 것을 두고 조작이라 예단하는 것을 조심해야 하고, 선수들은 괜한 의심의 눈초리를 받지 않도록 평소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범죄의 여파를 감당해야하는 것은 떠난 가해자가 아닌 남은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억울하지만 그 몫을 감당하고 나면 영광은 다시 우리 앞에 돌아올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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