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온라인3 극장] 'Mr.기본기' 양진협, 하늘을 날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5102801002923382_20151028012803dgame_2.jpg&nmt=27)
피파온라인3 아디다스 챔피언십 2015 시즌 2 결승전이 열린 10월 17일 서초동 넥슨 아레나 앞에는 경기 시작 전부터 많은 팬들이 몰려있었다. 가장 진부하지만 가장 재밌다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기도 했고 심플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축구를 보여주는 양진협과 화려한 테크닉과 개인기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드는 정세현의 대결은 워낙 다른 스타일을 가진 두 명의 맞대결이라서 그런지 더욱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결승 무대에서 만났으니만큼 현재 피파에서 가장 강한 스타일은 어떤 스타일인지를 결정하는 무게감도 실려져 있음이 분명했다.
◇양진협vs정세현 결승전 1세트 영상
◆쾌조의 스타트
양진협은 1세트서 비에이라의 컨디션 난조로 중앙 수비수로 주로 기용되는 베스터만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 선택은 중원의 컨디션 질적 향상을 꾀함과 동시에 정세현의 강점인 세밀한 드리블 컨트롤을 보다 거칠게 차단해내겠다는 의도였다.
1세트 초반 다수의 예상과 다르지 않은 경기 양상이 펼쳐졌다. 양진협은 최대한 엉덩이를 뒤로 빼고 정세현의 파상공세를 맞이했다. 수비라인을 최대한 내린 뒤 무모한 압박보다는 정세현의 결정적 피니시 패스를 차단해나가면서 점점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패스 자체도 간결했고 아슬아슬한 장면이 있었으나 나우두가 끝까지 상대 선수를 막아서면서 위기를 넘겼다.
양진협의 강점이 수비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겠지만 빌드업 능력이 피파 선수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공격 방향을 정하고 어떤 속도로, 어떤 형태로 공을 돌릴 것인지의 수준을 나타내는 빌드업 능력은 눈에 뚜렷하게 보이진 않지만 축구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일지 모른다. 양진협은 그야말로 패스의 '길'을 끝내주게 보는 선수다. 시야 자체도 넓고 기본기가 좋기 때문에 패스를 한 번 돌리기 시작하면 상대 입장에서는 고개가 갸웃한다.
초반 신나게 상대 진영에서 개인기를 부리던 정세현은 양진협의 차단 후 로빙 패스, 문전 지역에서 월패스 등에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양진협의 빌드업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1세트 기세 싸움이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양진협은 자신의 색깔을 120% 활용하는 쾌조의 스타트로 결승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양진협vs정세현 결승전 2세트 영상
◆여신을 보았다
하지만 최고의 테크니션 정세현도 한 번의 패배로 자신의 색깔을 버리는 선수는 아니었다. 정세현은 화려한 개인기를 통해 2세트 시작부터 다시 한 번 몰아치면서 '1세트 패배로 무너지지 않았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호날두가 드리블을 통해 문전 앞에서 수비 2명을 벗겨내고 니어포스트로 깔아서 때린 공이 그대로 골대를 맞추고 튕겨져 나온 것이다. 그리고 선취 득점에 성공한 상황에서 곧바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정세현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양진협은 전반전에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던 박스 안 수비에서 자신의 기량을 되찾았다. 수비가 안정감을 가지면서 양 풀백에 오버래핑도 적재적소에 이루어졌다. 이후로 측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 선수의 공방전이 계속됐다. 양진협이 먼저 장군을 외쳤다. 마이콘이 측면을 돌파해나간 이후 크로스 플레이를 통해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정세현 역시 곧바로 장신 공격수 루카 토니의 머리를 겨냥하며 멍군을 외쳤지만, 그 공은 다시 한번 크로스 바를 때렸다. 한 경기에 골대를 두 번 맞추는 불운. 승리의 여신이 양진협을 선택한 것일까. 정규시간 90분이 모두 지나간 시간, 비에이라가 득달같이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그 공을 즐라탄에게 연결했다. 얄궂게도 이 공은 골대를 맞춘 뒤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떻게 보면 다소 운이 따라주면서 양진협은 우승컵에 한 발 더 가깝게 다가가게 됐다.
◇양진협vs정세현 결승전 3세트 영상
◆위기 상황에서 빛난 기본기
3세트를 맞이한 두 선수는 아마 여러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양진협은 빠르게 우승을 확정 짓고 싶었을 것이고, 정세현은 마음이 편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양진협은 평소 하지 않던 실수들을 연발했고, 정세현은 수비 지역에서 집중력이 상당히 높아졌다.
수비 지역에서 집중력 상승은 공을 많이 차단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많은 공격 찬스를 잡게 해줬다. 특히 상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내는 로빙 패스 2번을 모두 골로 연결하는 집중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세현이 끝까지 자신의 가치 증명을 해내며 결승전은 4세트로 이어졌다.
양진협은 4세트를 준비하면서 전체적인 라인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3세트 패배의 문제는 자신의 조급함에서 나오는 실수 때문이었지 포메이션으로는 자신이 꿇릴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맞았다. 골키퍼 쿠르투아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지만 유기적인 수비 조직력은 다시 한 번 살아났다. 특히 양 풀백인 라모스와 얀센이 상대 진영 깊숙한 지역까지 올라오며 공격 진영에서 끊임없이 득점 찬스를 노렸다.
전반전에서 선취골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끝이 나자, 후반전에서 한 골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게 되었다. 두 선수 모두 조금 더 신중해졌고, 조금 더 안정적인 플레이를 했다. 양진협은 평소 자주 보여주던 빌드업 방향을 잡기 위한 수비 진영에서 공 돌리기가 많이 줄었고, 정세현 역시 드리블 결단보다는 짧은 패스를 이어가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두 선수의 이러한 경기 양상은 연장전에 돌입하기에 이른다.
양진협 입장에선 연장전 전반에 골이 들어간 것이 다행이었다. 상대의 촘촘한 수비에 활로를 찾지 못하던 양진협은 횡패스로 계속 공을 돌리다가 정세현 수비진의 균열이 생긴 딱 한 곳을 찾아냈다. 그리고 번뜩이는 판데프의 왼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골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연장전 후반에 돌입했지만 이미 리드하고 있던 양진협이 급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의 장기인 수비를 몇 분간만 해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몇 분 뒤 양진협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양진협vs정세현 결승전 4세트 영상
◆'Mr.기본기'의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이유
NBA 샌안토니오 스퍼스 선수 팀 던컨은 기본기 하나로 온갖 화려하고 멋진 플레이들의 향연이 매일 펼쳐지는 NBA를 평정한 선수다. 눈에 띌 만큼 탁월한 운동능력은 없지만 정확한 미들슛, 포스트에서 자리 잡기 등 농구 교본에 나와있는 것들을 충실히 이행하는 선수가 바로 팀 던컨이다. 그 결과 팀 던컨은 챔피언 반지만 5개를 따냈고 전문가들은 NBA 역사의 길이 남을 파워포워드라는 평가로 그를 칭송했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기본기는 무조건 필요하지만 상대적으로 눈에 뚜렷하게 보이는 화려한 능력 등등에 비해 소홀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양진협이 이번 시즌 보여준 플레이는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피파 정말 쉽게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정신력은 다른 선수들의 모범이 될 만했다.
특히 다른 선수들의 개인기에 가려져 있던 양진협의 기본기가 우승의 바탕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 반갑다. 화려한 플레이 일변도로 진행되는 피파 챔피언십은 그다지 매력이 없다. 다양한 색깔, 다양한 운영이 필요하다. 그 갈증을 양진협은 뛰어난 플레이로 완벽히 채워줬다.
이런 선수들은 기복도 딱히 없다. 이것이 다음 시즌 양진협의 최초 2연속 우승을 더욱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다. 어쩌면 양진협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날, 정말로 팀 던컨처럼 우승반지로 한 쪽 손을 꽉 채울지도 모를 일이다.
'피파씬의 Mr.기본기' 양진협에게 다시 한 번 축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