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의 롤드컵 우승은 다른 해와는 다른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더 의미가 크다. 2014년 롤드컵을 마친 뒤 한국은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중국을 필두로 유럽, 북미 팀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고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 나갔다. 외국 팀들은 한국 기업팀보다 훨씬 높은 연봉 수준을 제공하기도 했고 한국 지역에서 시스템 변화로 인해 2개 팀 유지가 더 이상 되지 않으면서 선수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IEM 월드 챔피언십,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 한국 지역 대표로 출전한 팀들이 모두 우승하지 못하면서 위기감은 더해졌다.
5월 이후 한국e스포츠협회를 중심으로 롤드컵 우승을 위한 대책 회의가 자주 이뤄졌고 협회 차원에서 다방면의 지원을 하기로 결정됐다. 이 내용은 다른 지역에 흘러들어가야 하지 않아야 한다며 극비에 붙여지기도 했다.
롤드컵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불안 요소가 등장했다. SK텔레콤 T1이나 KT 롤스터는 대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기에 변화가 생길 여지가 적었지만 KOO 타이거즈가 이슈로 떠올랐다. 롤드컵 경기를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황에서 후원사인 KOO TV가 한국에서 더 이상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게임단의 거취가 불분명해진 것.
어찌됐든 SK텔레콤이 2년만에 롤드컵 정상에 다시 올랐고 KOO 타이거즈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KT 롤스터가 8강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한국 대표인 KOO 타이거즈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었기에 한국 지역은 다른 지역 팀들에게 탈락하지 않았다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롤드컵을 마친 이후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는 KOO 타이거즈의 거취다. 후원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프로게임단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중소 기업에서 이 팀을 인수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최근 스타크래프트2 종목에서 불거진 승부 조작 이슈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의 규모가 작을 경우 선수단이 여러 유혹에 휘둘릴 수도 있다. 협회도 롤드컵 준우승까지 차지한 팀이기에 탄탄한 후원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선수들이 내년에도 한국 지역에 남아 있느냐다. SK텔레콤 T1 '페이커' 이상혁이 한국에서 계속 뛰겠다는 의지를 밝히긴 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는 여전히 러브콜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지만 성적이 그리 좋지 않았던 중국 지역은 다소 뜸해졌지만 유럽이나 북미에서 영입하고 싶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외국팀 이적과 관련한 사안은 한국팀들의 대우와 직결된다. 프로게이머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선수들의 경우 '짧고 굴게' 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라는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 적은 돈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하느니 외국 문화를 익히고 수입도 어느 정도 올린다면 외국에서 활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2014년 크게 흔들렸던 한국의 LoL계가 2015년에도 똑같은 양상을 보이지 않기를 바란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