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 대학생 배틀 윈터 시즌 충청도 지역 예선 취재를 다녀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친구들과 풋살을 즐길 때의 그것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친구 혹은 동기들과 함께 대회에 출전한 학생들에게선 프로 선수 못지않은 열정과 동시에 승패를 떠나 즐기겠다는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한국과학기술원 학생들을 비롯해 충남대학교 의예과 등 게임과 성적의 상관관계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을만한 학생들까지 출전해 자신들의 숨은 실력을 뽐냈다. 프로 선수들과 비교하면 다소 부족한 실력에 아무도 지켜보는 이가 없는 그들만의 리그였지만 그래도 불구하고 대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최선을 다했다.
비록 지켜보는 이 하나 없는 그들만의 리그였고, 중계된 경기도 몇 경기 되지 않았지만 아마추어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 특히 친구들끼리 나왔기 때문에 KeG나 전국체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목적을 달성한 뒤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더라도 서로에게 학창시절의 추억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었다.
본선에 진출한 한 선수는 "이제 곧 취업전선에 뛰어드는데 마지막으로 대학생활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출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선수는 "게임도 잘하고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출전 선수들과의 인터뷰도 재밌었다. 기사에 모두 실을 수 없었지만 웬만한 프로 선수들보다 뛰어난 입담을 자랑했다. 팀원들 사이에서 난무하는 '디스'도 친구 사이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대체적으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 대회가 진행됐고, 인터뷰 시간마저 웃음이 넘쳤지만 대회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뒷모습은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게임 속 경쟁을 끝내고 돌아가야 할 곳이 치열한 삶의 경쟁의 무대라 그랬을까.
요즘 대학생들은 역대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기에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도 많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통했던 다양한 스펙 쌓기가 지금은 통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암울한 현실이다.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이전 세대보다 곱절의 노력을 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에 더욱 안타깝다.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머리를 식히고 친구들과 재밌는 추억을 쌓는 것은 어떨까. 대학생 배틀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다른 비슷한 이벤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치열하게 살다 시간이 흘렀을 때 되돌아볼 추억거리 하나 남지 않는다면 그보다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가끔 대학생 배틀 같은 대회에 친구들과 함께 출전해 즐거운 일탈을 꿈꿔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회를 거창하게 준비할 필요도 없고, 패배해도 좋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두고두고 이야기할 안주거리 하나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대학생 배틀은 그런 부담이 없는 대회다. 물론 그중엔 프로를 지향하는 사람들도 섞여있겠지만 대회에 나와서 패배한다 해도 손가락질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라이엇게임즈는 직장인 배틀, 대학생 배틀, 레이디스 리그 등 아마추어 대회를 연간 3회씩 개최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기회는 충분하다. 시간은 금방 흘러가고 몇 달 후면 2016 스프링 시즌이 돌아온다. 그 때 더 많은 대학생들이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말하지만 져도 좋다. 지친 대학생활에서 잠시나마 떠나 친구들과 함께 도전했으면 좋겠다. 분명히 도전 그 자체로도 많은 즐거움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때론 패배가 반드시 나쁜 것만이 아니란 것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진정 즐길 줄 안다면 패배도 용서될 때가 있는 법이니 말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