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병이동현 팀의 인파이터 채지훈은 개인전 경기 당시에만 해도 무신 호도르가 만들어낸 '3돌멩 1방망이질'의 희생양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어느 정도 실력은 있지만 지독히 운이 없는 선수로 평가받았죠. 하지만 단체전 경기에서 호도르에게 당한 한을 털어내기라도 하듯 1세트 대장전 올킬, 2세트 개인전 압승, 4세트 대장전 2.9킬의 화려한 퍼포먼스로 리그 최강자로 우뚝 서게 됐습니다.
맛집정복 팀의 남그래플러 민동혁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던 제닉스스톰X를 상대로 대장전 2연속 올킬이라는 액션토너먼트 사상 첫 기록의 주인공이 됐죠. 양대우승자와 결투랭킹 1위를 상대로 거둔 성적이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두 선수가 8강에서 기록한 킬수는 무려 12.9킬. 12킬만 인정해도, 이 두 선수는 벌써 3개의 단체전 팀을 잡아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 두 명의 선수가 모두 대회 첫 출전의 신예들이라는 점이겠지요. 액션토너먼트의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성장해 나가는 중입니다.
이제 이 두명의 '올킬러'들이 격돌합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치뤄지는 리그이기에 팀이 패배하더라도 패자조 경기로 다시 결승 진출의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이 두 명의 선수가 지금껏 보여줬던 경기력은 단순한 팀 승패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파이터와 남그래플러는 모두 근접형 캐릭터입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상대에게 접근해야 하고, 자로 잰 듯 정확한 카운터 능력이 없이는 절대 승리할 수 없습니다.
인파이터 채지훈에게는 정확한 타이밍의 카운터와 과감한 돌진 능력이 있습니다. 끌어 당기는 판정과 적절한 슈퍼아머로 쿨타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대로 남그래플러 민동혁은 쿨타임 관리가 생명입니다. 반드시 잡는다 사용 후 넓어진 잡기 범위로 상대를 압박하고, 강력한 데미지의 와일드캐논스파이크로 큰 피해를 입히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쿨타임을 리셋시키는 동안은 최대한 방어적으로 플레이하게 되겠죠.
수많은 변수를 두고 펼쳐질 대진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둘 간의 결투에 타임오버에 의한 판정승이나 의도적인 도망, 시간 끌기는 없다는 것입니다. 맹렬하게 부딪히며 근접전을 펼치고, 한 번의 콤보에 모든 공격력을 쏟아 붓는 화끈한 타격전의 진수를 감상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일병이동현 팀에는 진기한 기록을 가진 선수가 한 명 더 있죠. 8강에서 팀이 승리하면서도 단 한 번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2시간 동안 손만 풀다 집으로 돌아간 웨펀마스터 전준영. 이번에는 꼭 전준영의 화려한 둔기 스위칭 플레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이번 4강마저도 출전기회 없이 승리한다면 전준영에게 MVP를 줘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 양 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