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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점점 성숙해지는 e스포츠 팬심

[기자석] 점점 성숙해지는 e스포츠 팬심
어떤 스포츠든 묵묵히 지켜보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팬도 있다. 경기장에 와서 모든 경기를 챙겨 보는 팬도 있고 가끔 리그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팬도 있을 것이다.

팬이 언제나 선수들이나 게임단에게 이로운 존재는 아니다. 때로는 악플러들로 변신하는 팬들 때문에 선수단이 고통을 겪기도 하고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가지고 무서울 정도로 몰아 붙이는 경우도 있다. 선수들이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서운 마음을 가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2015 시즌 결승전이 끝난 뒤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예전에는 팬들이 우승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췄고 준우승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이번 롤드컵에서는 준우승을 기록한 KOO 타이거즈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높였기 때문이다.

팬들은 "타이거즈를 후원했던 KOO TV가 서비스를 종료해 사실상 후원이 끊긴 상황에서 그들이 보여준 근성과 노력은 박수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KOO 타이거즈의 노력을 인정했다. 이제는 인간계가 아닌 신의 영역에 도달한 SK텔레콤에게 이번 롤드컵에서 한 세트를 빼앗은 것만으로도 KOO는 충분히 칭찬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팬들의 생각이었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후원 기업이 사실상 후원을 철수한 상황에서 그들이 서로 결속력을 다지며 노력한 것을 팬들은 안 모양이다. 이제 e스포츠 팬들은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까지도 칭찬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게 된 것이다.

그동안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악플이 달리기도 하고 선수들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 롤드컵에서 준우승 팀인 KOO 타이거즈를 응원하던 팬들의 하나된 목소리는 한국 e스포츠 팬들이 점점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증거다.

앞으로도 과정을 보고 칭찬할 줄 아는 멋진 '팬심'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생기기를 바라본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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