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은 상금 1억이 걸린 2013년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2014년에는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이하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 1억의 우승 상금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2015년 IEM 월드 챔피언십이 사라진 뒤 유일하게 남은 상금 1억 대회인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김유진은 또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혹자는 이를 두고 김유진에게 '돈 독이 오른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승부의 세계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오히려 상금을 획득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지는 경우가 많다.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경기를 그르치는 것을 옆에서 많이 봐왔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본 김유진은 짠돌이도, 돈 독(?)이 오른 선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김유진은 왜 1억 원의 상금이 걸린 단기 토너먼트에 강한 것일까? 그것은 그가 반대로 돈에 큰 욕심이 없기 때문이다. 상금에 욕심을 내고 이기려는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김유진은 항상 빌드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경기를 일반적인 양상으로 끌고 가지 않을지 고민한다. 기본기에 의존해 단기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선수들과는 다른 무기 하나가 있는 것이다.
국내 정규 개인리그는 호흡이 길다. 선수들은 기본기와 더불어 전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김유진이 가진 장점이 부각되기 힘든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유진보다 기본기가 좋은 선수들이 워낙 많은 데다 상대 역시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김유진이 빛을 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평소에도 항상 빌드를 고민하고 심리전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김유진은 매 세트, 매 경기마다 스토리를 짜고 전략을 가지고 나온다. 즉흥적으로 전략을 짤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다. 그가 항상 다른 전략을 고민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다른 프로게이머들이 일주일이 걸려서야 완성할 전략을 김유진은 단 몇 시간 만에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돈에 대한 욕심이 없기(?) 때문에 져도 된다는 '쿨'한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과감한 전략을 사용하는 데도 거침이 없다. 그래서 상대 선수들은 허를 찔린다. 상금이 높을수록 김유진의 돈 독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욕심이 커지기에 김유진의 전략은 더욱 잘 통할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어떤 분석을 해도 김유진이 '우승 상금 1억' 대회에서 강한 이유는 설명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저 김유진이 배포가 크고 노력하는 선수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 가장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유진 선수의 WCS 글로벌 파이널 두번째 우승,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