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에서 한 세트밖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벨기에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이상혁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인상 깊은 내용을 인터뷰했다. 롤드컵에 참가하기 직전 퍼머 스타일을 선보인 이상혁은 팬들이 자신의 헤어 스타일을 '브로컬리'라고 부르는 것을 알았고 미디어데이에서 "우승하면 브로컬리와 관련된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커' 이상혁의 앞구르기 세리머니를 패러디한 영상.
결승전에서도 이상혁의 세리머니는 이어졌다. 등장하는 과정에서 이상혁은 앞구르기를 시전했다. 아이디가 호명된 다른 선수들이 묵묵히 자기 자리로 가거나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상혁은 앞구르기를 선보였고 유럽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 영상은 패러디로도 만들어지면서 호평을 받았다. 결승전에서 KOO 타이거즈가 애쉬를 가져가면서 이상혁을 맞히기 위해 수 차례 마법의 수정화살을 썼지만 이상혁은 대부분 피했다. 이를 본 팬들은 이상혁의 앞구르기 입장 장면과 마법의 수정화살의 그래픽을 편집해 '이상혁이 수정화살을 피하는 장면(How Faker dodges Ashes Arrows)'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KOO 타이거즈를 맞아 3대1로 우승한 이후 이상혁은 유럽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겼다. 한 번도 영어로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이상혁은 마지막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Hey, Guys'로 시작하면서 영어 실력을 선보였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지만 유럽 팬들이 보여준 응원에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 가운데 전세계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상혁은 이번 롤드컵을 통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빅 스타가 됐다. 유럽 팬들에게 보여준 세리머니는 현지 팬들을 사로잡는 수준을 넘어 감동까지 선사했다.
e스포츠 강국이라고 불리는 한국은 그동안 숱한 스타들을 만들어 냈지만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시키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e스포츠의 글로벌화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상혁처럼 실력과 매너를 모두 갖춘 선수들이 여럿 등장한다면 세계인들의 시선을 더욱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