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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작은 차이가 명장을 만든다

[기자석] 작은 차이가 명장을 만든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듭니다'

한 유명 가전회사의 광고 문구다. 귀에 인이 박힐 정도로 많이 들어 더 이상 특별하지도 않은 이 말이 KeSPA컵에서 경험한 일 덕분에 특별하게 다가왔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넥슨 아레나에서 네이버 2015 리그 오브 레전드 KeSPA컵 8강 KT 롤스터와 CTU 파토스의 대결이 펼쳐졌다. 아마추어 대표 강팀 중 하나인 CTU 파토스가 롤드컵 무대를 경험하고 온 KT를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큰 관심이 쏠렸다. 결과나 내용도 무척 흥미로웠고, 어떤 팬들은 롤드컵보다 수준이 높다며 '꿀잼' 경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당분간 크게 회자될만한 이 경기가 개인적으로는 이지훈 감독의 인상적인 언행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게 됐다.

KT 선수들이 첫 세트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이지훈 감독은 오창종 코치와 함께 부스 안에 있었다. 밴픽이 시작되기 직전 부스에서 잠시 나온 이지훈 감독은 중계진을 향해 '부스 안에서 중계진 모니터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날따라 중계진의 모니터가 안쪽으로 더 기울어져있었는지, 이를 지적한 것이다. 중계진은 부스를 한 번 바라보더니 모니터의 각도를 살짝 틀었다.

기자도 이지훈 감독의 말을 듣고 곧바로 중계진의 모니터를 바라봤지만 화면이 쉽게 보일만한 각도는 아니었다. 선수석과 중계진의 자리는 약 4~5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고, 부스와 중계석은 직각으로 구성돼있어 보기 힘든 각도였다. 게다가 LCD 모니터는 정면에서 보는 것이 아닐 경우 화면을 제대로 구별하기가 힘들다. 시력이 좋은 편이라 믿는 기자가 부스 앞에서 얼핏 봤을 때도 중계진의 화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경기에 집중한 선수가 그 모니터를 통해 뭔가를 볼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였다.

별 것 아닌 일이었지만 추후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와 빌미를 사전에 완벽히 차단한 것이다. 코칭스태프는 선수 관리 외에도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발생한 문제가 선수들에게 향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이지훈 감독은 사소한 일을 잘 집어냈고, 해결했다.

이지훈 감독은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피파 프로게이머로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엄청난 커리어를 쌓았고, 팀의 수석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맡았다. 감독 업무도 햇수로 벌써 7년이 넘었다.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 시리즈,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 다양한 팀을 운영했다. 이지훈 감독의 모니터 각도 지적은 선수로서, 관리자로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자세처럼,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단 1%라 하더라도 이를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고, 명장을 만들기 마련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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