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예선을 뚫고 올라온 ESC 에버는 지난 롤챔스 서머 2015에서 7위에 올라 승강전을 피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던 삼성 갤럭시를 2대0으로 완파하며 8강에 진출했고, 스프링 시즌 '아마추어 끝판왕' 선배였던 레블즈 아나키도 2대1로 꺾었다.
4강 상대가 2015 롤드컵 우승팀인 SK텔레콤 T1으로 정해졌을 때 그들의 머릿속엔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라는 대사가 흘렀을 것이다. 하지만 1세트에서 완승을 거두며 유망주 '스카우트' 이예찬의 데뷔전을 완전히 망쳐놨고, '페이커' 이상혁이 합류한 롤드컵 우승 라인업을 상대로는 말도 안 되는 역전승을 거두며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KT 롤스터를 힘들게 꺾고 결승에 CJ 엔투스는 힘을 모두 소진한 듯 3대0으로 처참히 무너지며 우승컵을 에버에 내주고 말았다.
시간을 2주 전으로 돌려보자. SK텔레콤이 역대 최고 승률로 롤드컵을 접수했을 때 에버라는 한국 2부 리그 준우승 팀이, 승강전도 통과하지 못한 바로 그 팀이 롤챔스 네 팀을 모두 꺾고서는, 그것도 세계 최강 SK텔레콤을 상대로 2대0, CJ 엔투스를 3대0으로 완파하며 우승할 거라고 이야기했다면 미쳤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배길 수 있었을까. 롤드컵에 나갔던 선수들이 아무리 패치에 적응하지 못하고, 컨디션 난조를 토로한다 하더라도 냉정하게 에버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에버 내에서 조차 없었을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돌아가 에버가 우승할 거라는 승부예측 기사를 썼다면…, 성지가 이뤄지기 전에 기자의 멘탈은 수많은 리플들로 나노화됐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KeSPA컵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비록 패했지만 12강에서 위너스는 CJ를 상대로 한 세트를 따냈고, CTU 파토스도 8강에서 KT에게 한 세트를 따냈다. 지각으로 실격패한 챌린저스 코리아 우승팀 다크 울브즈가 예선장소에 제 시간에 도착했다면, KeSPA컵의 판도는 더 달라질 수 있었을까. 이번 KeSPA컵을 통해 아마추어 팀들의 저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에 좀처럼 예상하기가 힘들다.
고대했던 KeSPA컵이 지나갔고,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 할 때다. KeSPA컵이 성공했지만 이는 단지 2주짜리 단기 토너먼트에 불과하다. 문제는 다가올 2016 스프링 시즌이다. 챌린저스의 시스템이 이전과 같다면 발전 가능성을 보인 아마추어 팀들의 성장은 멈추고 말 것이다.
지난 시즌 챌린저스는 결승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가 온라인으로 치러졌고, 경기 수도 챔피언스 코리아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하부 리그라 하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의 크기와 무관하게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무대가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뛰어난 선수들이 계속해서 배출될 수 있고 한국리그가 최고의 자리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에버의 재능을 보고 롤챔스 최하위 팀은 자동적으로 강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최하위 팀 자동강등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의 시스템에서 강등되는 것은 팀이 해체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지만 리그가 확장되고 자리를 잡는다면 2부 리그에서도 얼마든지 팀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
또한 1부 리그 팀에 제공되는 최저연봉제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팀들이 팀을 유지할 수 있을만한 최소한의 활동비는 주어져야 한다.
다행히도 다가올 챌린저스는 기존보다 확장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들려오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것들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팬들도 챌린저스가 더욱 확대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KeSPA컵에서 우승한 에버, 그리고 약진한 아마추어 팀들이 선보인 수준 높은 경기력은 '우리에게도 기회를 달라'는 시위와도 같다. 시간이 많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짧지만도 않은 시간이다. 더욱 수준 높은 리그를 위해 라이엇 게임즈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제 2, 제 3의 에버 탄생을 위해서.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