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김상혁의 말이 유행인가 보다.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2 행사장에서 부산 서병수 시장이 그랬고 지스타 현장에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그랬다. 4대 중독법을 발의했던 두 사람 모두 "4대 중독법은 발의했지만 게임산업을 죽이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기가 찰 노릇이다. 김상혁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이라도 했지만 그들은 뻔뻔하게 거짓말로 대중들을 속여놓고 대한민국을 위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고 외치는 정치인들이 나라 살림을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정치인들도 문제지만 게임 산업을 죽이는 '4대 중독법'을 발의한 사람들을 게임 행사장에 초대한 주최측도 문제다. 블리자드는 공허의 유산 발매 현장에 서병수 부산 시장을 초청해 축사를 맡겼다. 게임 산업을 죽이는 법을 발의한 사람을 초청한 것도 모자라 축사까지 맡긴 블리자드의 행보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신의진 의원을 초대한 지스타 조직위원회도 참 한심하다. 아무리 신의진 의원의 생각이 변화했다고 하지만 게임을 중독으로 몰아 게임 산업을 위축시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이 지스타 아닌가. 참여하는 게임업체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지스타가 자신들의 행사를 망가트리고 있는 의원을 초청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게임업계에 진심 어린 사과 한번 없던 두 사람이 게임 산업의 중심에서 무엇을 외치고 싶은 것인지 궁금하다. 앞으로도 계속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말을 늘어놓지 말고 차라리 김상혁처럼 진심으로 사과해 용서라도 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그들이 고개를 뻔뻔하게 들고 게임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레드카펫을 깔아주고 있는 업체들이나 조직 위원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호구'짓을 할 것인가. 그들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 전까지 게임 행사에서 신의진과 서병수 이름이 거론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