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 주와 다음 주 경기는 조금 더 타이트한 일정으로 구성됩니다. 총 11회 방송으로 구성된 이번 리그는 이번주 토, 일요일에 각각 9, 10회차 경기를, 다음 주 토요일에는 마지막 11회차 결승전으로 대장정을 마무리 합니다. 그리고 결승 다음날인 12월 6일에는 대망의 F1 월드챔피언삽과 던파 페스티벌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시드권 유지를 위한 마지막 개인전 승강전과 단체전 승자조 결승이 치뤄집니다. 특히 단체전 경기는 던파리그 대표 비주얼 팀과 역대급 올킬러들을 보유한 팀의 격돌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인데요. 바로 제닉스테소로와 맛집정복의 대결입니다.
◆던파리그의 F4, 제닉스테소로
액션토너먼트 출범 이후 관계자들이 농담처럼 나누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잘 생기고 게임도 잘하는 단체전 팀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김창원, 정재운 등 확실한 캐릭터와 강력한 입담을 보유한 선수들이 있으니, 여성 유저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미남'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초기 던파리그에서 '선역' 이미지의 박정완, 장웅, 조승호 등에 대항해 백창훈, 정시혁 등 '악역'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진 선수들이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던파 리그의 초기 컨셉은 마치 WWE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와 대립 구조를 가지고 있었고, 이들의 경기 외적인 퍼포먼스에 팬들은 크게 열광해 왔으니까요. 승부는 진짜였지만, 스토리텔링은 구성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실력과 승부에 집중하는 공정한 리그의 형태는 잘 갖춰졌지만, 예전 던파리그의 예능적 요소가사라진 것을 안타까워 하시는 팬들도 종종 마주치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리그든 '영웅'과 '라이벌'의 존재는 흥행을 위해 필수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어쨌든 제닉스테소로는 현존하는 팀들 중 가장 스타로서의 잠재력이 큰 팀입니다. 4명의 선수 모두 깔끔하고 호감가는 외모를 가지고 있고, 한국의 액션토너먼트와 중국의 프로리그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거둘 만큼 보장된 실력도 가지고 있죠.
여기에 리그에 흔하지 않은 '소울브링어' 캐릭터의 존재는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칼라'로 대표되는 확실한 콤보와 유니크한 움직임이 보는 재미를 극대화해주기 때문이죠. 어떤 캐릭터와 대결해도 무난한 상성의 김태환(여그래플러), 김창수(사령술사)이 엔트리의 밸런스를 잡고, 조신영(로그)가 조커로 활약하며, 최우진(소울브링어)이 불가능한 역전에 성공하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인 팀입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엔트리 순서입니다. 상대팀과 겹치는 직업이 없어 상성이 크게 좌우하는 경기가 될 것이고, 출전순서의 머리싸움이 지금껏 치뤄진 그 어떤 경기보다 중요해집니다.
◆진격의 올킬러, 맛집정복
제닉스스톰X를 상대로 2연속 올킬을 기록한 민동혁(남그래플러). 던파의 역사를 관통하는 최강자들을 하나씩 잡아내고 별 일 아니라는 듯 씨익 웃어보였던 그의 표정은 충격 그 자체였죠. 얼마 전 만났던 중국의 중계진과 담당자들도 '대체 민동혁이 누구냐'라는 질문으로 큰 관심을 표현할 정도였습니다. 맛집정복의 에이스 민동혁은 단 한 경기로 액션토너먼트의 최대 다크호스로 급부상했죠.
그런데 맛집정복에는 민동혁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어진 일병이동현 팀과의 대결에서 정작 에이스인 민동혁은 단 한 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내고 나머지 세명의 선수들이 번갈아 활약하며 승리를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이전 경기에서 홀로 무려 6.9킬을 달성하며 활약했던 인파이터 채지훈조차 맛집정복의 단단한 스쿼드 구성에 무릎을 꿇고 말았죠. 그리고 이 경기에서 배틀메이지 김령태는 대장전 올킬을 기록, 맛집정복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2인 올킬러를 보유한 팀이 되었습니다.
단순히 개개인의 실력만 뛰어난 팀이라는 편견을 벗어던지듯 2:2 팀전에서는 최초로 '아바타 전략'이 등장했습니다. 같은 남격투가 직업군인 이성묵(남스트리트파이터)과 민동혁(남그래플러)이 똑같은 아바타를 맞춰 입고 시각적으로 혼란을 주는 작전을 세운 것이죠.
투척물이 쏟아질지 잡기공격이 들어올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던 이 콤비플레이는 대성공을 거뒀고, 일각에서는 동일한 아바타 착용을 금지하는 '맛집정복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리그가 시작될때까지만 해도 제닉스테소로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경험치를 갖고 있었던 맛집정복은 이번 리그를 통해 가장 크게 성장한 팀이 됐습니다. 제닉스스톰X를 올킬로 잡아낸 유일한 팀이 되었고, 팀전에 최초로 전략 요소를 집어넣은 팀이
되었죠. 이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그동안 제닉스 형제가 양분했던 단체전의 흐름은 새로운 삼국시대로 접어들게 될 것 같습니다.
팬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것처럼 우승후보 0순위의 형제팀 제닉스스톰X는 맛집정복에게 2연속 올킬로 패했습니다. 형제팀이자 김창수의 친형인 김창원이 속한 상황이었기에 이 두 팀의 대전은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긴 팀은 결승전으로 직행하고, 진 팀은 일병이동현과 결승 진출을 놓고 마지막 진출전을 펼치게 되겠죠. 이번주 토요일부터 2주간의 주말동안 던전앤파이터와 액션토너먼트는 쉬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연속된 일정에도 더 훌륭한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