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 스포츠인 프로야구이기에 큰 돈이 오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부럽다. 돈의 규모는 시기와 질투를 부를 만한 정도이고 당당하게 계약 규모와 연봉 액수를 공개할 수 있다는 환경이 더 부럽다.
e스포츠 업계도 스토브 리그를 맞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2 등 리그가 활성화되어 있는 종목들은 11월30일까지가 계약 만료다. SK텔레콤 T1을 시작으로 CJ 엔투스, 삼성 갤럭시, 나진 e엠파이어 등 대부분의 팀들은 재계약한 선수들의 리스트를 공개하면서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e스포츠 업계는 계약이 체결됐다는 사실만 전달할 뿐 연봉이나 계약 기간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부터 불문율처럼 이어져온 전통(?)이 10년 넘도록 계속되고 있다. 한 때 일부 팀들이 연봉을 공개했다가 억대 연봉 선수들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었고 팬들로부터 억대급 '먹튀'라는 평가를 받은 이후로 계약 체결 여부만 공개하고 있다.
이 상황은 언젠가는 깨져야 한다. 선수들의 연봉이 공개되고 언제까지 팀과의 계약이 진행되는지 팬들에게 투명하게 알려져야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만 놓고 보자. 2014년 한국에서 뛰던 선수들이 대거 외국팀으로 넘어갔을 때 돈 때문이라는 추측만 넘쳐났다. 실제로 한국 팀이 선수들에게 연봉은 얼마인지, 인센티브는 얼마인지 알려진 바는 없다. 과연 중국이, 북미가, 유럽이 선수들에게 얼마를 주고 있는지는 '카더라 통신'을 통해 전해졌다.
연봉 공개는 선수들과 게임단에는 책임성을, 팬들에게는 이야깃거리를 준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더 좋은 플레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적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게는 자극제가 된다. 팬들도 단순히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연봉에 기인한 '돈값', '몸값'으로 선수를 평가할 수 있다.
한국 업계를 위한 자극제가 될 수도 있다. 중국, 북미가 많은 돈을 준다고 뒷소문만 들리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생긴다. 막연하게 한국이 적게 준다가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는 잣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연봉은 리그의 규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가 최고의 야구 리그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수준 높은 선수들을 제대로 평가해서 영입하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주는 리그가 수준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수준에 따른 연봉을 지급하고 선수들을 모아 놓는다면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제공할 수 있다.
돈이 중심이 되는 리그가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연봉, 인센티브 등 몸값을 평가 기준의 하나로 삼는 일은 프로 스포츠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