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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수고했습니다, 이영호 선수

[기자석] 수고했습니다, 이영호 선수
17살, 덧니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던 꼬맹이가 있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 기자 생활을 시작한 시기인 2007년. 새내기 기자와 새내기 선수로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는 저보다 키가 작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일자로 자른 앞머리가 귀여워 막내 동생 같다는 생각에 인터뷰 도중 "진짜 귀엽다"라는 이야기를 열 번은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영호와 저는 같이 성장했습니다. 같이 나이를 먹었고 경험을 쌓았으며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는 말을 주고 받기도 했죠. 이영호의 나이는 어렸지만 배울 점이 참 많은 선수였습니다. 사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영호는 한결같았죠. 그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채찍질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영호 선수는 제 머리 속에는 친 조카(?)뻘이면서도 어린 스승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영호는 이제 9년의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무리합니다. 전 여전히 9년째 e스포츠 기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때로는 즐겁기도, 때로는 힘들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함께 겪었기에 왠지 동료를 떠나 보내는 것 같아 이영호 선수의 은퇴 소식을 들었을 때 다른 선수들의 은퇴 소식보다 더 가슴이 아려오더군요. 일에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아쉬운 마음도 들었고요.

누구보다 이영호의 부활을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유독 이영호에게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고 이영호 역시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비난하는 팬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조금만 기다려주고 바라봐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이 달려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네요. 이영호의 은퇴를 바라보는 아쉽고 안타까운 하지만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이영호 선수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기자석을 쓰게 됐습니다.

8년 동안 어린 나이에 큰 무게의 짐을 어깨에 항상 지고 살았던 이영호 선수. 때로는 다 벗어 던지고 도망가고 싶었을 테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덤덤하게 받아 들이고 묵묵하게 노력했던 이영호 선수. 누구보다 멋진 프로게이머였던 이영호 선수가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 프로게이머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의 위치에 올랐을 것 같은 선수가 있다면 바로 이영호와 이제동일 것이라고. 많은 관계자들이 이 말에 동의했던 생각이 나네요.

e스포츠 안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듯 어디에 있던, 어떤 일을 하던 이영호 선수는 우리 눈에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9년 동안 우리를 울고 웃게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영호 선수! 9년 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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