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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e스포츠는 '스펙 쌓기' 도구가 아니다

[기자석] e스포츠는 '스펙 쌓기' 도구가 아니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서울에서는 제7회 IeSF 월드 챔피언십이 열렸고, 4일부터 6일까지 중국 광저우에서는 크로스파이어 스타즈(CFS) 2015 그랜드 파이널이 진행됐다.

두 대회에 e스포츠 팬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같은 기간 중국 충칭에서는 또 다른 e스포츠 대회인 IEF 2015가 열렸다. 하지만 앞의 두 대회와 크게 비교될 정도로 누구하나 관심 가지는 이가 없었고, 대회 조직위원회는 보도자료 하나 내지 않았다. 보도자료 뿐만 아니었다. IEF 공식 홈페이지에는 경기 결과를 포함해 대회 사진 한 장 없었다.

충칭 대회가 진행되기 전 세 차례에 걸쳐 선발 선수와 대회에 관련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고, 이는 대회가 끝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IEF는 2005년부터 시작된,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국제대회임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믿기 힘든 수준의 일처리를 보였다.

IEF의 비정상적 운영은 국가대표 선발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대회는 12월 3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데 국가대표 선발전 공지가 나간 것은 11월 10일이었다. 예선 참가신청이 14일까지였고, 예선 진행은 16일부터 21일까지였다. 선수들의 여권 제출기한은 23일.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급하게 대회가 치러진 것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국제대회가 이렇게 급박하게 진행이 됐을까. IEF 측에 문의한 결과 "당초 올해 대회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예산 문제로 대회를 치를 수 없게 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IEF는 매년 한국과 중국을 번갈아가며 대회를 진행한다. 2014년 대회가 중국 광저우에서 치러졌고, 2015년은 한국에서 치러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최 예정이었던 도시의 지자체에서 예산을 부결시키는 바람에 대회를 개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IEF 관계자는 해당 지역이 어딘지 밝히길 꺼려했다. 국내 개최가 불가능해지자 급하게 물색한 곳이 중국 충칭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대회가 급박하게 진행됐다 하더라도 보도자료나 사진 한 장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회가 끝난 지 2주가 다돼가도록 홈페이지에는 관련 소식 하나 올라오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 상단의 '모두가 즐기는 e-Sports'라는 문구가 낯 뜨거울 정도다.

IEF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
IEF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

IEF의 정체성에도 의심이 갔다. IEF는 본래 국제 e스포츠 페스티벌(International e-sports Festival)의 약자였다. 그러다 지난 2012년 국제 e-컬처 페스티벌(International e-Culture Festival)로 명칭을 바꾸더니, 어느 샌가부터 국제 교류연맹(International Exchange Foundation)으로 둔갑했다.(연맹이지만 Federation이 아닌 Foundation인 것은 가볍게 넘기자.) 대체 어떤 조직이 브랜드 이니셜에 맞춰 정체성을 바꾸느냐는 말이다. 참 관리하기 편리한 사단법인이다.

IEF가 충칭에서 열리는 동안 같은 장소에서는 한중경제포럼이 진행됐다. 한중경제포럼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참여했다. 남경필 도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IEF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IEF 홈페이지 우측 상단에는 한중경제포럼 배너가 버젓이 걸려있다. '국제 교류연맹'이란 조직과 '한중경제포럼'이란 행사가 결코 무관치 않았다. 결국 IEF에서 열린 e스포츠 행사는 들러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대회에 출전한 아마추어 선수들이 어떤 대우를 받았고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 문화체육관광부는 2016년 IEF 예산에 3억 2천만 원이나 증액했다. 기존 예산은 1억 8천만 원이었다. 거의 2배에 가까운 증액이다. 문체부 담당자에게 대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예산을 증액한 이유에 대해선 "한중경제포럼과 같은 부대행사에서 벗어나 e스포츠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1억 8천만 원이 큰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적은 돈도 아니다. 대회를 1년에 몇 차례 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2~3일에 불과한 대회인데다가 리그 오브 레전드와 하스스톤의 총 상금은 고작 1만 달러(한화 약 1천 180만 원)에 불과했다. 올해 열린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와 IeSF 월드 챔피언십에 각 3억 원씩의 예산이 들어간 것과 대회 규모를 비교한다면, 조직위 직원들의 급여와 선수들의 경비를 고려해도 도대체 IEF에 집행된 예산이 어디에 의미 있게 쓰였는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3억 2천만 원이나 증액된 2016년 IEF 예산.(문화체육관광부 자료)
3억 2천만 원이나 증액된 2016년 IEF 예산.(문화체육관광부 자료)

IEF가 사용하는 돈은 국민들의 세금이다. 돈의 쓰임새가 투명해야 하는데, 성과를 내기는커녕 돈의 사용처조차 불분명한 대회에 내년도 예산이 5억 원이나 들어가는 것을 어느 누가 쉽사리 이해할 수 있을까. 올해 못했어도 내년에 잘하리란 보장은 어디서 확인해야 하는 것일까.

IEF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얽혀있고,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회장을 맡고 있다. 이사진에는 많은 국회의원들이 등록돼있다. 전 세계가 e스포츠 시장을 향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내실을 다져도 모자랄 판에 e스포츠가 일부 정치인과 기관들의 '스펙 쌓기' 도구 따위로 전락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의미 없는 대회를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과연 중국과의 교류에 있어 얼마나 큰 영양가를 주는지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도대체 IEF라는 곳이 무슨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우리가 낸 소중한 세금이 허무하게 낭비되고 있지는 않은지, 앞으로 업계 관계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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