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 최현석이 '메이저 오브 메이저'라는 말을 자주 쓴다. 스타들 중에서도 최고의 스타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많은 스타 프로게이머들 중 누구나 인정하고 그 분야를 대표하는 선수는 '메이저 오브 메이저'로 불린다. 임요환, 홍진호, 이제동, 이영호 등 그 선수의 이름이 곧바로 그 분야가 되는 경우 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페이커'가 '메이저 오브 메이저'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페이커' 이상혁은 리그 오브 레전드 자체다. 그리고 현재 e스포츠의 중심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기 때문에 이상혁이 현재의 한국 e스포츠라고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에게는 이제 스타라는 호칭보다 그저 '페이커'라는 호칭이 더 익숙히다. 페이커가 곧 스타고 스타가 곧 페이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페이커는 자신이 왜 최고인지 2015 리그 오브 레전드 올스타전에서 잘 보여줬다.
프로게이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승부근성이 있다. 아무리 이벤트전이라고 해도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프로게이머들은 상대에게 지는 것을 싫어한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제안을 하게 되면 쉽게 받아들이는 선수는 별로 없다. 게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제안을 먼저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페이커'는 달랐다. 애니비아 장인이라 불리는 '프로겐' 헨릭 한센에게 '애니비아 미러전'을 먼저 제안했다. 올스타전에 오기 전 헨릭 한센이 개인방송에서 장난으로 “'페이커'를 1대1로 혼내주겠다”고 한 발언을 알고 있었던 '페이커'는 먼저 '애니비아 미러전'을 제안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상대가 잘하는 챔피언으로 미러전을 제안했다는 사실만으로 '페이커'가 '메이저 오브 메이저'일까. 아니다. e스포츠에서도 그런 쇼맨십을 가진 선수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페이커'는 쇼맨십만으로 이 제안을 한 것은 아니었다. 비록 상대가 잘하는 챔피언이었지만 '페이커'는 어떤 챔피언을 해도 상대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페이커'가 애니비아를 몇 번이나 플레이 해봤을지는 모르겠지만 애니비아 장인과의 미러전에서 '페이커'는 선전했다. 심지어는 이길뻔한 상황도 만들었다. 아마도 '페이커'의 제안에 만세를 외쳤던 헨릭 한센은 등에 식은땀이 꽤나 흘렀으리라 생각한다.
최고는 쇼맨십과 실력 그리고 프로의식을 모두 갖춰야 한다. '페이커'의 미러전 제안은 프로로서의 자신감과 쇼맨십의 결과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패했지만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현장에 있던 모든 팬들이 패한 '페이커'의 이름을 외쳤으니 말이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