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는 스타1으로 데뷔할 때부터 놀라운 성과를 냈다. 첫 대회였던 다음 스타리그 2007에서 4강에 올랐고 이후 개인리그에서 스타리그와 MSL 3회 우승을 달성했고 WCG 그랜드 파이널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골든 그랜드 슬램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공식 종목이 스타2로 전환된 이후에는 개인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2014년 프로리그에서 KT 롤스터의 우승에 기여했고 10 시즌 연속 프로리그 두 자리 승수라는 전인미답의 성과를 냈다.
이영호의 은퇴식에 참여한 마이인새니티 정윤종도 은퇴 의사를 밝혔다. 2009년 드래프트를 통해 MBC게임 히어로에 입단한 정윤종은 2010년 SK텔레콤 T1으로 소속을 옮겼고 스타2에 들어와 기량이 만개했다. 한국e스포츠협회 소속 선수로는 가장 먼저 개인리그에서 우승한 정윤종은 SK텔레콤의 에이스로 활동했고 마이인새니티로 이적한 뒤에도 곰TV GSL 시즌2에서 정상에 올랐다.
문성원도 군입대 문제로 선수 생활을 그만뒀다. 스타2 자유의 날개 시절부터 활동한 문성원은 국내외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스타2의 아이콘으로 입지를 다졌지만 군대라는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스타2를 잘 알지 못하는 팬들도 이름 한 번씩은 들어봤을 법한 선수들이 연달아 은퇴하면섯 스타2 업계에는 적신호가 들어왔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새롭게 등장하는 신예들이 없기 때문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아직까지 명목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는 스타1 때 갖춰졌던 시스템이 유지됐기 때문이다. 국민 e스포츠 게임 1호였던 스타1은 한 때 매달 커리지매치를 진행했고 한 번에 4~500명씩 대회에 참가하는 등 엄청난 인적 자원을 자랑했다. 개인리그 우승하기보다 커리지매치 통과하기가 더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고 프로게임단들은 100여 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1년에 두 번씩 치르면서 선수들을 수급했다.
하지만 스타2로 넘어와서는 인적 자원이 늘기는커녕 매년 빠져나가는 스타 플레이어들만 있을 뿐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국민 e스포츠 게임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기에 스타2 프로게이머가 되려고 하는 아마추어는 거의 없다. 오죽하면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에서도 공식 종목에서 빠졌겠는가.
이 문제는 비단 프로게임단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도 고민해야 한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를 e스포츠 게임의 강자라는 위치로 올려 놓은 핵심 게임의 씨가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는 2016 시즌 글로벌 e스포츠 운영 계획을 밝히면서 북미와 유럽의 시스템을 개편했다. 시즌별로 대회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열리던 큰 대회에서 높은 포인트를 부여해서 시스템 안에 편입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인적 자원이 고갈되어가는 한국에도 몇년 뒤에는 이런 시스템을 도입해야 할지 모른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북미나 유럽에 비해 선수 자원이 갖춰져 있는 한국 시장부터 재육성 작업이 필요하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