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사과의 말씀부터 전해드립니다. 이 뉴스를 전한 매체가 제가 몸 담고 있는 데일리e스포츠이며 이 기사를 데스킹한 사람이 저라는 사실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계 자료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뒤늦게 간파했기 때문입니다.
이 통계 조사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체가 되어 진행했습니다. 연구 제목은 2015년 e스포츠 실태 조사 및 경제효과 분석이라는 내용으로 지난 22일 발표됐습니다. 연구 기관으로는 한국창조산업연구소가 선정됐고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 동안 진행된 연구였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홈페이지에 연구 결과에 대한 자료를 올려 놓은 것을 확인하고 프로게이머들의 연봉에 대한 내용에 시선이 갔습니다. 후배 기자를 통해 기사로 정리하라고 시켰고 기사를 봤습니다. 별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생각보다 연봉이 적게 집계된 것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통계를 믿었지요.
순진했습니다. 인정합니다. 통계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지우고 되묻지 않았습니다. 기사가 나갔고 독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종주국이라고 자랑하는 한국 e스포츠의 현실이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는 댓글도 봤습니다.
통계 자료를 꼼꼼이 다시 뜯어봤습니다. 엄청난 오류가 있었습니다. 전체 프로게이머의 연봉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51명을 선발해서 평균을 낸 수치였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가 32명, 스타크래프트2 선수가 14명, 나머지 5명은 하스스톤, 서든어택, 스페셜포스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기업들이 팀을 운영하고 있는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가 아니면 연봉을 받기 어려운 현실임을 감안했을 때 5명의 선수들은 연봉이 0원으로 책정됐을 것이기에 2,400여 만원의 평균 연봉은 허수입니다.
연봉이나 나이, 학력 등의 통계는 모두를 조사하는 방식, 즉 전수 조사가 아니면 의미가 없습니다.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나 프로축구를 관리하는 대한축구협회(KFA) 등에서 발표하는 선수들과 관련한 통계 자료는 모두 전수 조사를 실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차나 오류가 적은 편이지요.
통계의 오류를 확인한 뒤 데일리e스포츠는 바로 다음날 정정 기사를 냈습니다. 그리고 한국e스포츠협회도 리그 오브 레전드,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임단 선수들의 연봉을 조사해 정정 자료를 발표했지요.
정정 기사까지 냈음에도 굳이 칼럼까지 쓰면서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통계가 갖고 있는 자료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번 조사는 공공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했습니다. 이 기관은 e스포츠 뿐만 아니라 게임, 음악, 영화 등 한국의 콘텐츠 산업을 관장하는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기본적인 통계의 정확성을 담보하지 않고 자료를 내는 일은 무척이나 위험합니다. 기관의 성격상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자료이기 때문에 훗날 e스포츠에 대한 현황을 조사하려는 사람들은 이 보고서를 가장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자료(그리고 기사)가 발표된 뒤 레딧 등 외국인들에게 한국 e스포츠의 현실은 열악하다고 바로 알려졌습니다. 영어로 번역된 자료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전달되면서 '한국에서 뛰는 선수들은 노예같다'는 반응으로 이어졌죠. 또 '연봉이 적으니까 성적을 좀 낸 선수들이 다 외국팀에서 뛰고 싶어한다'는 논리로 연결됐습니다. 통계 자료 하나가 잘못되면서 한국 e스포츠 전체가 '열정 페이'를 강요하는 집단이 돼버렸습니다.
다시 한 번 데일리e스포츠의 실수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매체가 먼저 통계 조사의 신뢰도에 대해 짚었어야 했습니다. 기자가 가져야 하는 1차 책임인 팩트 확인이 되지 않았던 점을 깊이 뉘우칩니다. 향후에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과 확인을 기하겠습니다.
한국콘텐츠진행원과 한국창조산업연구소에도 당부를 부탁드립니다. 공공기관으로서, 공공기관이 선정한 연구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e스포츠는 국가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생적인 노력을 통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섰습니다. 통계라도 제대로 조사해서 발표해야만 그들의 성장에 대해 발목을 잡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각 프로게임단에도 부탁드립니다. 프로게임단들이 연봉 공개를 꺼려 하는 점도 이번 사태의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은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합니다.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고 실제 수령 금액과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공개합니다. 평균 금액을 알고 있었다면 이번 통계의 오류는 금세 정정됐을 수도 있고 조사 기관에서도 반수에도 미치지 못하는 표본으로 평균을 내는 오류를 범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