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열린 2015 리그 오브 레전드 레이디스 배틀 윈터(이하 레이디스 윈터) 결승전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게임에선 여자임을 숨겨야하는 줄 알았는데 찰랑이는 긴 머리칼에 화장까지 곱게(? 성차별 발언은 절대 아니다)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은 놀랍기 그지 없었다. 챔피언스에서 볼 수 있는 전투 능력은 이 선수들이 왜 결승에 올라왔는지 깨닫게 해줬으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까지 전해줬다.
우승을 차지한 결벽증 팀의 경기력은 대단했다. 1세트에서 압승을 거둔 데 이어 2세트에선 내셔 남작 스틸 한 번으로 드라마를 만들어내면서 짜릿한 승부를 선보였다. 대회 기간에 세운 무실 세트 우승 또한 레이디스 대회에서는 전무한 기록이었다. '여자여서'도, '여자이기에'도 아닌 성별을 넘어선 게이머로서 최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성황리에 2015 시즌을 마친 레이디스 배틀은 오는 2016년부터는 스프링 시즌을 추가해 연 3회 개최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더 많은 여성게이머들에게 기회가 생긴 것이다.
여러 종목들은 여성들에게 e스포츠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서든어택은 2006년 FPS 종목 최초로 여성부 리그인 '서든어택 레이디스 리그'를 개최했으며 2011년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에 여성부를 따로 두는 방식으로 변경해 현재까지 여성 프로게이머들의 자리를 보장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2 또한 2013년부터 여성부 스타리그인 WSL를 비정기적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열고 있다. 지난 12일엔 카트라이더가 9년 만에 여성리그인 '걸크러시'를 개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이렇듯 여성들의 참여 기회는 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단발적인 리그라는 점에서 아쉬움 또한 따른다.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여성부를 따로 두는 게 옳은 일이냐, 여성들이 실력을 쌓아 일반부에 참여하면 되는 것 아니냐 하고 말이다. 그 또한 맞는 말이다. 다른 스포츠 종목과 달리 신체적 능력이 덜 요구되는 e스포츠인만큼 여성들에게 따로 편의를 주는 것이 부당한 처사로 느껴질 수도 있다.
어찌됐든 여성들의 e스포츠 참여는 늘어야 한다. 여성의 참여는 게임 및 e스포츠의 산업을 발전시키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 데 있어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현재 프로 스포츠의 최대 과제는 여성 관중 확보다. 여성들의 구매력과 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입증됐다. 실례로 프로야구는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이후 여성 관중이 급증하면서 80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다.
e스포츠 또한 여성 관중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여성의 참여가 단순한 관람의 수준을 넘어 직접적인 대회 참여까지 이어진다면 무게감은 달라진다. 게임 인구 증가와 매출 상승으로 게임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여성의 게임 참여는 e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연결된다. 특정 연령, 특정 성별이 주를 이뤘던 게임과 e스포츠에 변화의 파고를 몰고 올 수 있다. 전국민이 즐기는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서 여성들의 무대는 더 많이 마련돼야 한다. 참가하는 여성 선수들 또한 기회에 만족하지 말고 실력을 발휘하면서 특혜와 역차별 논란을 불식시킨다면 여성의 e스포츠 참여에 대한 편견은 사그라질 것이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