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라이더 리그의 '전설'로 불리는 문호준이 무명 신예에게 에이스 결정전에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문호준을 꺾고 이변의 주인공이 된 선수는 바로 디 에이 엔지니어링 소속 황선민이었다.
황선민은 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넥슨 아레나에서 펼쳐진 넥슨 카트라이더 리그 2016 버닝타임 B조 승자전 에이스 결정전에서 '전설' 문호준을 꺾고 팀을 4강에 올려 놓으며 주목을 받았다.
결승전 무대 한번 선 적 없는 선수가 7회 우승에 빛나는 문호준을 어떻게 꺾을 수 있었을까? 경기 영상을 살펴보면 이번 시즌부터 다시 쓰인 'WKC 투어링랠리'의 특성을 잘 살린 선수가 황선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카트라이더 스피드전은 카트도 중요하지만 맵 별로 최적화 된 빌드 역시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대회에 쓰이는 맵들이 결정되면 게이머들은 최단 시간, 최대한 몸싸움을 피해 빠르게 갈 수 있는 빌드를 연구한다. 일반 유저들은 방송에서 게이머들이 사용하는 빌드를 따라 하며 타임어택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에이스 결정전에 쓰인 'WKC 투어링랠리'는 실제 오프로드와 비슷한 형태로 제작된 맵이다. 기존에 리그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게다가 문호준은 잠시 카트라이더를 플레이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플레이 한 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에 비해 황선민은 카트라이더를 꾸준히 플레이 했고 리그에 출전하지 않을 때도 오프로드 콘셉트로 제작된 맵에서 자주 플레이 했다. 게다가 오프로드 콘셉트 맵은 기존 맵과는 다른 방식으로 주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황선민은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 영상을 보면 두 선수가 주행하는 빌드가 완전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몸싸움을 피하고 역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두 선수는 일반적인 주행에서도 부스터를 쓰는 타이밍과 코너를 도는 거리까지 큰 차이를 보인다.
즉 맵에 대한 연구가 문호준보다 황선민이 훨씬 잘 돼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호준이 전설인 것은 확실하지만 맵에 대한 연구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무명 신예에게도 패할 수 있다는 교훈을 이번 경기를 통해 얻었을 것이다.
이번 경기로 오프로드 콘셉트 맵에 대한 일반 유저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팀 선수들 역시 'WKC 투어링랠리'처럼 새롭게 리그에 투입된 맵들에 대한 연구를 더 꼼꼼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꾸준한 노력과 맵 연구의 결과로 이변을 만들어낸 황선민과 방심이 가져온 패배의 무서움을 본 문호준의 운명은 이렇게 갈리고 말았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