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7개월 동안 잠시 카트라이더 리그를 떠나 있었지만 지난 시즌 복귀한 문호준의 실력은 전성기 시절을 방불케 했습니다. 결승전에서 유영혁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유영혁 역시 최고로 꼽히던 선수였기 때문에 문호준은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했죠.
게다가 문호준은 지난 시즌 결승전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유영혁을 만나 이번 시즌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문호준이 이끄는 알앤더스와 디 에이 엔지니어링과의 맞대결은 예상 투표에 참가한 팬 98%가 알앤더스의 압승을 예상했습니다. 디 에이 엔지니어링에서는 이렇다 할 경력을 가진 선수가 이다빈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당연한' 승리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도, 아무리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와 맞대결을 한다고 해도 결과가 예정된 승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나 봅니다. 문호준은 결승 무대 한번 서보지 못했던 황선민이라는 신예에게 에이스 결정전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입을 다물지 못했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를 놓고 '방심이 불러온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98%가 문호준이 이끄는 알앤더스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던 것처럼 문호준을 비롯해 알앤더스 선수들 모두가 자신들이 질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스포츠의 매력은 언더독의 반란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점에 있듯 알앤더스와 디 에이 엔지니어링의 승부 역시 언더독의 반란으로 매조지됐습니다. '당연한 승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문호준과 황선민, 알앤더스와 디 에이 엔지니어링에게 바라는 바가 있습니다. 지금의 결과를 뒤집기 위해 무한해 노력해달라는 점입니다. 이 상황에서 무너진다면 문호준은 더이상 전설이라 불릴 수 없을 것입니다. 황선민에게 패한 것을 교훈 삼아 더욱 강한 선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황선민 역시 레전드를 꺾고 올라온 만큼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로 앞으로의 경기에 임한다면 카트라이더 리그를 보는 재미가 더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2016년에는 '당연한' 승부도, '당연한' 승리도 없는 e스포츠가 팬들의 마음을 울리는 스포츠로 자리매김 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