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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의 카트 리포팅] 에이스 결정전 잔혹사(영상)

[정준의 카트 리포팅] 에이스 결정전 잔혹사(영상)
또 한 번 커다란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승부예측 투표에서 유저들에게 무려 98%의 지지를 받았던 알앤더스가 신예 선수들이 주축이 된 디에이 엔지니어링에게 발목을 잡히고 말았습니다.

문호준, 전대웅, 장진형 등 개인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라이더들을 잡아낸
선수들은 평균 연령이 채 16세도 되지 않는 풋풋한 소년들이었죠. 세트스코어 1:1 상황에서 펼쳐진 에이스결정전에서 맞붙게 된 문호준과 황선민. 문호준은 7회 우승 경력의 카트리그 최고의 레전드이고 황선민은 이렇다 할 수상 경력이 없는 평범한 선수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황선민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팀 리그로 전환된 후 유독 개인리그에서 다수 우승을 차지했던 문호준, 유영혁 같은 전설급 선수들이 에이스결정전에서 패배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그들은 1:1에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오늘은 팀 리그의 마지막 승부처, 에이스결정전에서 나타난 '에결잔혹사'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즌제로 결승전 유영혁 vs 박인재
과거 AN-Gaming, 오존 게이밍으로 팀을 이뤘고, 2:2 팀전 리그였던 직전 시즌에서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두 라이더간의 대결이었습니다.

첫 번째로 에이스결정전이 도입된 4인 팀 리그의 시작이기도 했죠. 유영혁은 이미 개인전, 팀전 할 것 없이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잠정 은퇴한 문호준의 빈자리를 메꾸며 카트리그의 원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유영혁과 팀을 이루면 누구나 우승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유버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구요. 반대로 박인재는 유영혁과 함께 우승한 대회를 제외하면 우승 경력이 없었습니다. 개인전 준우승 1회가 본인이 달성한 최고의 커리어였으니까요. 뛰어난 실력을 가졌음에도 대회에서 연습카트를 타는 등 '악동'의 이미지가 더 강한 선수였습니다.

두 선수는 '비치 해변 드라이브'트랙에서 단판 승부를 펼쳤습니다. 각진 코너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며 경기 중반까지 엎치락뒤치락하던 박인재는 2랩 이후 안전하게 부스터를 한개씩 더 모아가며 라인으로 유영혁을 압박합니다.

안정성을 위해 라인을 넓게 가져가며 코너링을 하던 박인재의 인코스가 열리자, 유영혁은 역전을 위해 더 안쪽으로 과감하게 진입했죠. 하지만 여기서 비치 해변 드라이브의 각진 코너가 유영혁을 멈춰 세웠습니다. 차체는 그대로 정지해 버렸고, 박인재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피니시 라인을 통과합니다.





유영혁의 기나긴 에결잔혹사의 시작이자, 전설의 무덤이라 불리는 '비치 해변 드라이브'의 등장이었습니다.

◆유영혁의 에결잔혹사, 그리고 극복
이후 이어진 배틀로얄 시즌에서도 유영혁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행에서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조성제에게 에결에서 무너지기도 했고, 배틀로얄 결승전에서는 이재인에게 끝내 덜미를 잡혔습니다.

배틀로얄 결승전의 마지막 라운드는 에이스결정전은 아니었습니다. 4:4 스피드전으로 치뤄진 3세트 2라운드에서 경기가 끝났으니까요. 바로 이 라운드를 승리해야만 에이스결정전까지 갈 수 있는 상황이었고, 양 팀 8명의 선수들은 사력을 다해 스피드전에 임했습니다.

배틀로얄의 슈퍼루키 이재인은 혼전 상황에서도 순위를 유지하며 상위권에 포진했고, 유영혁은 1랩 이후 6위에서 한 단계씩 순위를 올려가는 상황이었습니다. 2개의 코너를 남겨두고 과감한 라인으로 2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마지막 코너에서 드래프트 시스템을 이용,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의 근소한 격차로 이재인과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순위표에 기록된 결과는 이재인의 유베이스 알스타즈가 1, 3, 6, 7위로 21포인트, 유영혁의 CJ레이싱이 2, 4, 5, 8위로 18포인트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두 선수의 트랙 레코드였죠.

1분 51초 76. 양 선수의 기록은 1/100초까지 동일했습니다. 만약 0,01초만 빨랐더라도 결과는 19대 20으로 뒤집힐 수 있었습니다. 결국 '순위표에는 1/100초까지만 표시되지만 카트의 시스템은 1/1000초까지 계산한다'는 설명과 함께 심판은 이재인과 유베이스 알스타즈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에볼루션 시즌부터는 1/1000초까지 트랙레코드가 나타나게 되는 계기가 됐죠.





채 0.01초도 차이가 나지 않는 이 승부로 유영혁은 2회 연속 준우승에 머물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트랙은 역시 '비치 해변 드라이브'였습니다.

에볼루션 시즌이 시작되고 황제 문호준이 리그에 복귀했습니다. 개막전부터 압도적인 실력으로 그간의 공백을 무색하게 했고, 각종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화제를 뿌리며 역시 카트리그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임을 증명해 나갔습니다. 2시즌 연속 결승전에서 패배한 유영혁은 오랜 '에결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우승 후보군에서 멀어져가는 듯 했습니다.

8강 첫 경기였던 팀106과 CJ레이싱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팀 106의 유영혁은 CJ레이싱의 이재인과 또 한 번의 에이스결정전을 치르게 됩니다. 선정된 트랙은 노르테유 익스프레스. 부스터 존과 점프존 구간이 많고, 갑자기 좁아지는 구간이 많아 혼자 달릴때도 잦은 사고가 많은 트랙입니다.

유영혁은 중반까지 탄탄한 주행을 선보이며 근소한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었고, 이 뒤를 이재인이 바짝 쫓으며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점프존을 통과하며 착지하는 순간, 간발의 차이로 유영혁이 부스터 존을 밟지 못했고, 가속이 붙으며 따라오던 이재인은 부스터존을 통과하며 그대로 유영혁의 차체를 들이받습니다. 이 사고로 유영혁은 완전히 방향을 잃게 됩니다.

이미 따라잡기에는 거리가 너무 많이 벌어져 버렸고, '에결불패'로 불리던 이재인은 또다시 유영혁을 상대로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운명의 장난처럼 조별 리그를 통과한 두 팀은 4강전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에이스결정전이 성사됩니다. 이번에는 새로 등장한 신규 트랙, 쥐라기 공룡 결투장에서 만나게 됐죠. 유영혁은 정말 단단히 칼을 갈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다른 트랙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스가 넓고 라인에 집중하는 주행이 중요한 트랙이었고, 무리한 몸싸움보다 안정적인 빌드를 가져가면서 심리적으로 이재인을 압박해 갔습니다.

결국 후반부 마음이 급해진 이재인의 실수가 나왔습니다. 부스터가 모자란 상황에서 방향을 잃고 가드레일에 충돌하며 크게 흔들린 이재인을 뒤로하고 유영혁은 끝까지 집중하며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유영혁의 기나긴 에결 트라우마의 극복이자 '에결불패' 이재인의 침몰이었습니다. 이 경기 이후 이재인은 유영혁의 트라우마를 이어받듯, 3,4위전에서도 박준혁에게 에이스결정전 패배를 당하며 시즌아웃되고 맙니다.

◆역대 최고의 승부, 문호준 vs 유영혁
개인전 리그부터 수없이 함께 달려왔던 라이벌간의 대결이 결승전에서 성사됐습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4인 팀리그 첫 우승을 노리는 유영혁과 돌아온 7관왕, 황제 문호준의 경기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두 팀간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됐죠.

결승전 답게 세트스코어 1:1, 최후의 승부를 가리는 마지막 에이스결정전까지 경기가 지속됐습니다. 양 선수는 팀과 팀원, 팬들의 응원을 모두 홀로 짊어지고 스타트 라인에 서게 됩니다.

1랩을 통과하기까지는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각진 코너의 위험부담 때문에 큰 몸싸움 없이 안전하게 코너링을 가져갔고, 근소한 차이로 2랩에 진입합니다. 교각을 지나 안쪽과 바깥쪽으로 코스가 나뉘는 구간에서 문호준은 안쪽을 선택했고, 유영혁은 바깥쪽을 선택했습니다.

야자수가 다수 분포해 있고 급커브 구간이 이어져 상대가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위험구간에서 살아남은것은 문호준이었습니다. 반대로 유영혁은 문호준의 차체에 방향이 틀어져 그대로 나무를 들이받으며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이미 너무 멀어져 버린 거리에 이렇게 결승전이 끝나버린 듯 했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거리에도 불구하고 유영혁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치뤄봤던 에이스결정전이었고, 수없이 달려봤던 비치 해변 드라이브였습니다. 조금 더 안쪽으로, 조금 더 과감하게 주행하며 거리를 조금씩 조금씩 좁혀 갔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코너에서 결정적인 타이밍에 드래프트 시스템이 발동합니다.

승리를 직감하며 안전하게 코너링을 가져간 문호준의 뒤쪽에서 최대 가속 상태의 유영혁이 마지막 부스터를 작렬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양 선수 모두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양 팀의 모든 선수들과 팀장, 매니저가 얼싸안고 기쁨을 만끽하는 진기한 풍격이 연출됐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0.005초 차이로 갈렸습니다. 1분 50초 997과 1분 51초 002. 직전시즌 결승전에서 0.01초도 되지 않는 차이로 무릎을 꿇었던 유영혁은 0.005초 차이로 황제 문호준을 잡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단언컨대, 카트리그 역사상 가장 짜릿한 승부였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번에도 '비치 해변 드라이브'였습니다.

◆다시 시작된 '에결의 저주'
에이스결정전은 외롭습니다. 이기면 모든 스포트라이트와 환호를 한 몸에 받지만, 패배할 경우 팀원들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 본인에 대한 자책감이 겹쳐 어린 선수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문호준, 유영혁처럼 최고의 라이더로 평가받는 선수들이라면 그 부담감은 더욱 무거울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에이스결정전은 어렵습니다. 누가 이길 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유영혁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문호준은 끊임없이 침몰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첫 에이스결정전이 펼쳐진 지난 주 경기에서 우승경험이 없던 황선민에게 패배하며 유영혁-이재인으로 이어졌던 '에결 트라우마'를 이어받은 듯 합니다.

전대웅을 제외한 팀원들 역시 스피드전에서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고, 확실한 에이스였던 문호준이 흔들리며 팀 내에서도 전대웅 카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되고 말았죠.

하지만 유영혁 역시 3번의 에결 패배 이후 슬럼프를 극복하며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습니다. 아직 리그 초반이고, 이후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또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돌아온 황제 문호준이 '에결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완전한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날, 우리는 살아있는 '카트의 역사'를 생생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매주 외로운 레이싱을 펼쳐야 하는 각 팀의 에이스들과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문호준에게 팬 여러분들의 애정어린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준 해설 위원
정리=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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