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B조에 속해 나란히 1, 2위로 4강에 합류하면 결승전까지 서로 마주칠 일이 없었던 두 팀이지만, 디에이 엔지니어링이 문호준의 알앤더스를 승자조 경기에서 저격하면서 두 팀 중 한 팀은 4강에도 오르지 못하고 탈락하게 됩니다.
◆B조 2위 최종전-알앤더스 vs 유베이스 알스타즈
문호준의 복귀 이후 모든 카트 팬들의 관심은 유영혁과의 대결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문호준은 전대웅, 장진형, 강석인과 함께 드림팀을 꾸려 화려하게 복귀했고, 유영혁은 박인재, 이재인 등에게 에이스결정전에서 연속 패배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하지만 결승전 경기에서 펼쳐진 에이스결정전에서 유영혁은 0.005초 차이로 문호준을 제압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4인 팀전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해 낸 유영혁과 황제 문호준의 바로 이 경기는 역대 카트리그 결승전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승부로 남게 됐죠.
반대로 이번엔 문호준의 슬럼프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결승전과 이번 승자조 경기에서 연속으로 에이스결정전에 패배하며 팬들은 문호준의 연습량과 컨디션에 큰 걱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오히려 스피드전에서 문호준보다 기록이 좋았던 전대웅에게 에이스 결정전을 양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랫동안 문호준과 전대웅의 경기를 지켜본 입장에서, 승자조 경기에서의 패인은 작전 실패가 더욱 크다는 생각입니다.
만약 모두가 동시에 경쟁을 펼치는 8인 개인전 시스템이라면, 문호준은 당연히 1위에만 집중하면서 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4인 팀전 리그라면 그가 가지는 포지션은 달라질 수 밖에 없죠. 팀원과의 호흡과 순위의 밸런스를 동시에 가져가야만 하니까요.
현재 알앤더스의 스피드전 순위표를 살펴보면 전대웅-문호준-장진형-강석인의 순서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합니다. 전대웅은 몸싸움을 피해 라인에 집중하며 1위를 차지하는 러너의 역할, 문호준은 상대방 에이스를 견제하며 전대웅을 위해 블로킹을 해주고 상위권 진입에 선을 그어주는 역할, 장진형은 거친 몸싸움으로 미들 라인을 흔들며 상대방의 팀웍을 망가뜨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여기에 아이템전에 특화된 강석인은 최대한 안전하게 주행하며 7위 안쪽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포인트 합산에 있어서는 최고의 밸런스를 갖춘 전략이죠. 특히 스피드전 실력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팀에 대해서는 필승전략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현재 전대웅의 스피드전 평균 획득 포인트가 모든 선수들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것은 사실이나, 전략의 특수성과 문호준의 역할을 감안하면 문호준이 전대웅보다 못해서 포인트가 떨어진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알스타즈의 이런 전략은 대부분의 팀을 상대로 훌륭하게 작용하나 상대가 문호준, 전대웅의 순위를 위협할 수준이 되면 파해법이 보입니다. 전대웅을 1위로 보내주더라도 끈질기게 문호준, 장진형을 물고 늘어지게 되면 1위를 내주더라도 2, 3, 4위를 가져가 합산 포인트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되니까요. 디에이 엔지니어링은 이 부분을 정확하게 파고 들면서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상대는 디에이 엔지니어링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고 개개인의 실력이 뛰어난 유베이스 알스타즈입니다. 전대웅과 승부를 펼칠 수 있는 유영혁이 있고, 김승태, 조성제 등 미들라인에서 경합이 가능한 선수와 아이템전의 최강자라 불리는 3회 연속 우승자 이은택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전 경기들과는 전략을 조금 다르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됩니다.
문호준이 전대웅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라인만 겹치지 않게 주행하면서 개인전처럼 달려주는 것이죠. 전대웅의 스피드전 능력과 향상된 몸싸움을 감안하면 문호준-전대웅-유영혁이 각각 1~3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으니 무리한 몸싸움으로 순위가 떨어지지 않게 하고, 합산 포인트에서는 중하위권 선수들의 분발을 기대하는 전략입니다. 장진형의 주행 능력이야 말 할 것도 없고, 강석인 역시 스피드전 리그 우승자 출신이니 강팀을 상대할 때는 문호준의 개인전 모드가 훨씬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차피 승부는 에이스결정전
물론 세트스코어 2:0으로 승부가 날 수도 있고, 2:0으로 승부가 난 적도 있지만, 이 두 선수가 승부를 펼칠 때는 항상 벼랑 끝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지난 시즌 결승전의 리벤지 매치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라이더들의 대결이며, 팬들의 가슴을 가장 뛰게 하는 승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대웅이 문호준 대신 출전할 가능성도 있고, 어차피 에이스결정전은 데이터와 예측이 무의미한 경기이기는 하지만 역시 카트 팬 여러분들은 이 두 명이 나란히 달려주는 모습을 끝까지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황제를 꺾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유영혁과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왕좌에 올라야 하는 문호준의 대결입니다. 두 팀의 결승전 경기는 무산되고 말았지만, 지난 결승전 못지 않은 최고의 경기를 팬 여러분들께 선사해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