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마움을 모르던 학창시절엔 아침부터 마른 목으로 밥을 삼키는게 싫어 밥상을 외면하곤 했었다. 그 땐 왜 그랬을까. 어머니의 그 수고스러움을 눈치라도 챘다면 한 숟갈이라도 뜨면서 맛있었다고 말이라도 건네는 건데 말이다.
18일 2016 네네치킨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 스프링(이하 챌린저스)이 개막했다. 4월까지 펼쳐지는 대장정의 첫날 ESC 에버와 MVP가 1승을 나눠가졌고, 파토스가 스퀘어를 꺾으며 분전했다.
올해 챌린저스의 밥상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규모가 커졌다. 6개 팀이 참가하던 2015 시즌과 달리 8개 팀이 참가했고, 경기당 1세트에서 2세트로 늘어나 선수들이 재능을 펼칠 기회가 많아졌다.
더욱이 올해부터 오프라인에서 진행해 관객의 참여를 가능케 했다. 또한 라이엇 게임즈와 나이스게임TV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도입해 여건이 어려운 팀을 지원하기로 했다. 규모만의 성장이 아닌 셈이다.
챌린저스가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질적인 상승이다. 개막전을 치른 ESC 에버는 지난 2015 KeSPA컵을 발칵 뒤집은 주역이다. ESC 에버는 삼성 갤럭시와 아나키 레블즈를 따돌린 데 이어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SK텔레콤 T1까지 제압하는 이변을 낳았다. 결승전에선 CJ 엔투스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2015 챌린저스 리그에서 꾸준히 3위 안에 들며 좋은 성적을 기록한 위너스도 한 단계 성장을 거쳤다. 호텔 에버8의 후원을 받으며 에버8 위너스로 재창단한 것. 합숙 시설이 갖춰진 것만으로도 실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후문이다.
차려진 밥상은 꽤나 다채롭다. 반찬의 양도 늘었고 맛도 좋아졌다. 문제는 한 숟갈 떠 먹어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막전의 네이버 중계 시청자 수는 4,000 명 안팎으로 챔피언스 시리즈에 비해 매우 적었다.
챌린저스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다. 누군가는 더 좋은 대회를 만들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고, 선수들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밤낮을 바꿔가며 연습했다.
한 끼의 대회와 한 숟갈의 경기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법은 맛있게 먹는 것이다. 거기에 맛있게 먹었다고 칭찬을 얹거나, 때로는 간이 좀 짰다고 귀여운 볼멘소리를 하면 그 또한 챌린저스의 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이다.
애써 차려낸 밥상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이젠 팬들이 숟가락을 들고 맛나게 즐겨줄 차례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