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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뉴스] 성장한 김승태-희생한 유영혁의 '크로스 전략'




디펜딩 챔피언 유베이스 알스타즈를 이끄는 유영혁은 '유버스'로 불렸다. 같은 팀 선수들을 끌고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는 능력이 탁월했기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다른 의미로 말하면 유영혁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은 승리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유영혁을 더 이상 '유버스'라 부를 수 없을 것 같다. 지난 16일 문호준이 이끄는 알앤더스와 유베이스 알스타즈의 경기에서 유영혁보다 다른 선수의 이름이 더 많이 언급됐다. 특히 유영혁의 주종목인 스피드전에서는 유영혁보다 김승태의 이름이 중계진 입에서 더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유영혁을 1위로 달리게 한 뒤 중위권을 차지하는 전략으로 승리를 거둔 CJ 레이싱.
지난 시즌 유영혁을 1위로 달리게 한 뒤 중위권을 차지하는 전략으로 승리를 거둔 CJ 레이싱.

유영혁의 실력이 김승태만 못한 것일까? 아니다. 이는 철저하게 계산된 팀플레이였다. 그동안 유베이스 알스타즈는 유영혁의 실력이 훨씬 낫다는 평가 때문에 유영혁이 1위로 달리고 조성제가 뒤에서 힘싸움을 해주는 작전을 주로 펼쳤다. 김승태는 어쩌다 한번 1위를 할 때도 있었지만 스피드전이 주종목임에도 항상 뒤쳐지는 모습이었다.




그래서일까. 유베이스 알스타즈는 유영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전에서 유독 자주 패했다. 게다가 상대팀도 유영혁만 집중 견제를 하면 이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는 듯 유영혁을 1위로 달리게 내버려 둔 뒤 자신들이 중위권을 차지하는 작전을 활용, 승리를 가져가는 경우가 잦았다.

이대로 가면 스피드전에서 승리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유베이스 알스타즈는 비시즌 동안 새롭게 작전을 짰다. 김승태가 타임어택 모드로 달리면 어떤 선수보다 빠르고 유영혁이 예전과 다르게 몸싸움에 적극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 유베이스 알스타즈 선수들은 초반부터 김승태가 다른 선수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달리게 만든 뒤 유영혁과 조성제가 상대팀 선수들의 견제를 노련하게 막아내는 전략을 세웠다. 김승태와 유영혁의 역할을 바꾼 것이다.
1위로 올라가지 않고 김승태를 앞으로 보낸 뒤 2위로 달리는 유영혁.
1위로 올라가지 않고 김승태를 앞으로 보낸 뒤 2위로 달리는 유영혁.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라이벌 문호준이 이끄는 알앤더스와 경기에서 알스타즈는 스피드전 3대0 완승을 이끌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김승태를 보내고 2위로 달리며 상대 전대웅, 장진형 등이 앞으로 치고 나오지 못하게 막은 유영혁.
김승태를 보내고 2위로 달리며 상대 전대웅, 장진형 등이 앞으로 치고 나오지 못하게 막은 유영혁.

이 '크로스 전략'은 김승태의 주행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섣불리 시도할 수 없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김승태는 이미 연습 때 유영혁과 1대1 대결에서 자주 승리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김승태가 1위로 올라서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에 유베이스 알스타즈 선수들은 망설임 없이 김승태에게 중책을 맡겼다.
김승태가 1위로 달리자 이번에는 조성제가 김승태의 1위 주행을 돕기 위해 장진형 견제에 나섰다.
김승태가 1위로 달리자 이번에는 조성제가 김승태의 1위 주행을 돕기 위해 장진형 견제에 나섰다.

또한 유영혁의 희생 역시 빛을 발한 전략이다. 최고의 선수가 아무리 같은 팀이라 해도 1위 자리를 내주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영혁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것보다 팀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을 뒤에서 받쳐주는 조연 역할을 자처했다. 이제는 최고라 불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유영혁의 2위 주행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언젠가는 김승태가 유영혁을 넘어 서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제 에이스 결정전을 유영혁이 아닌 김승태가 출전할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김승태에게 유영혁은 든든한 버팀목이자 가장 좋은 스승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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