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FC는 대단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토요일 밤 10시에 방송됐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4~5%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K3, K4 리그에서 뛰거나 꿈을 접은 선수들을 데리고 해외 전지 훈련을 시도했고 프로축구단의 2군 팀들과 연습 경기를 하는 등 상상을 뛰어 넘는 시도를 했다. 축구와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선수들의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재구성했고 실력이 느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재기할 수 있다는 꿈을 만들어줬다. 비록 프로 축구단에 입단한 선수는 없었지만 놓아야만 했던 꿈을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줬다는 것만으로도 청춘들에게, 청춘을 살아본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기자는 청춘FC가 끝난 이후 프로그램의 포맷을 e스포츠에 적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고민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아마추어 선수, 아마추어 팀을 밀착 취재하면서 이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조명하고 도전하는 과정을 비추는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e스포츠를 활용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이전에도 나온 적이 있다. 과거 온게임넷이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선수와 게임단을 조명한 '리얼 스토리 프로게이머'라는 프로그램이 히트를 친 적이 있다.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이후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이 전해지면서 팬들에게 감동을 줬고 기사화되기도 했다. 또 프로게임단이 기업들과 연결되면서 창단으로 이어지는 좋은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이후 외국에서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면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제동, 장재호 등을 조명한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도타2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 투 플레이'가 만들어졌고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의 생활을 조명한 '전설, 날아오르다'라는 다큐멘터리도 공개됐다.
한국의 e스포츠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기업 프로게임단이 운영되고 있고 많은 팬들이 현장을 찾고 있다. 프로게임단이 되겠다고 열악한 환경에서 도전하는 아마추어 팀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프로게임단이나 아마추어 팀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관심을 환기시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올 수 있다.
게임이 중독 물질로 규정되고 사회악으로 치부되는 대한민국에서 e스포츠판 청춘FC는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순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