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은 리그의 흥행을 말해주는 지표지만 이 배경엔 슬픈 사연이 있다. 6시 30분에 시작하는 경기의 입장표를 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오전 11시부터 대기한 것. 실제로 이날 300개의 입장권은 빠른 시간에 소진됐다고 알려졌다.
결승전만의 일이었을까. 하스스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마스터즈 기간동안 많은 이들이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점차 3시간의 대기 시간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됐다.
그 때가 떠오른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 유료 좌석제가 도입되기 직전의 상황들. 7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 3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지었다. 저마다 경기장 앞에 앉아 언제 입장권을 배부할까 노심초사 기다렸다.
결국 관객들의 요청으로 OGN은 2014 LCK 스프링 8강부터 유료 좌석제를 도입했고, 그제야 대기 시간 문제는 해결되었다. 사람들은 사전 예매를 통해 정해진 좌석에 앉을 수 있었고, 일찍이 경기장에 도착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현재 마스터즈는 LCK가 걸었던 길목에 섰다. OGN은 마스터즈의 유료 좌석제를 고민하고 있다. 결승전 현장에서 경기 시작 전 관객들에게 유료화에 대한 의견을 받았으며, 공식 홈페이지에선 마스터즈의 유료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받고 있다.
유료화에 대해 대부분이 긍정적인 입장이다. 어느 누가 6시 반 경기를 보기 위해 11시부터 현장에 가서 기다리고 싶을까. 사전 예매와 지정 좌석제가 된다면 보다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마스터즈가 제공하는 다양한 이벤트와 기념품을 생각하면 입장료에 대한 부담이 덜어진다. 마스터즈 시즌4에서 현장 관람객에게 지급한 대마상시합 10팩은 1만 원 이상의 아이템으로 팬들에게 많은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마스터즈의 유료화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4강과 결승전에서 드러난 하스스톤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7전 4선승제로 펼쳐지는 4강과 결승은 각각 4, 5세트만에 경기가 끝나면서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났다.
하스스톤은 덱의 특성에 따라 경기 시간이 상이하다. 방패 밀쳐내기 카드를 활용하는 '방밀 전사'같은 경우는 경기 시간이 길어지지만 마나 소모가 적은 하수인들로 빠르게 영웅을 공격하는 '위니 흑마법사' 같은 덱은 경기 시간이 매우 짧다. 이런 상황이 오니 혹자는 "경기가 1시간 만에 끝나는데 돈을 내야 하나"라는 볼멘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OGN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경기가 빨리 끝났을 경우를 대비해 관객들의 시간을 채워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관객들은 돈 뿐만 아니라 시간도 투자해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다. 단 1시간 만에 경기가 끝난다면 불만족스러운 게 당연하다. 하스스톤의 특성과 경기별 변수를 메워줄 차선책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유료 입장으로 바뀌면서 관객에게 어떤 혜택이 주어지는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LCK의 경우 유료화가 진행되었지만 내부 시설이나 관객 편의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좀 더 가시적인 혜택을 통해 유료화에 대해 설득할 필요가 있다.
마스터즈의 유료화는 좋다. 다만 '제 값'을 받을 리그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