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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의 카트 리포팅] '빅3'의 스피드전 마음껏 즐기자

[정준의 카트 리포팅] '빅3'의 스피드전 마음껏 즐기자
카트 팬 여러분들에게 있어 2011년은 정말 다양한 형태의 기억이 공존하는 시기입니다. 2008년 이후 약 2년간 리그가 휴식기를 가지면서 초창기 카트를 이끌었던 선수들이 대거 군입대를 선택했던 시점이기도 하지만, 2010년 이후 등장한 빅3 체제(문호준, 유영혁, 전대웅)가 자리를 잡아가며 역대 가장 치열한 개인전 리그가 펼쳐졌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2008년~2012년까지 문호준은 본인의 7회 우승 기록 중 무려 6번의 우승을 독식했던 경험이 있으며, 강진우, 김진희 등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선수로부터 박인재, 전대웅 등의 신예로 이어지는 새로운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전환점이 되기도 했습니다.

2005년 출범한 1차리그의 우승자 김대겸을 필두로 카트라이더는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국민게임'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중단된 리그와 떨어져 가던 게임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카트리그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리그의 뿌리를 튼튼하게 지켜주었던 선수들과 과거의 카트리그를 그리워해주셨던 팬 여러분들의 향수 때문이겠지요.

현재의 팀전 방식의 카트리그는 이전의 전성기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재 리그의 주축이 되는 선수들의 스토리는 2010~2012년의 개인리그에서 완성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빅3'의 혈전과 퍼플 라이더의 저주, 박인재, 안기준, 노진철, 김택환 등 다양한 캐릭터의 선수들이 등장하며 카트리그에 새로운 부활을 가져오는 발판이 돼 주었습니다.

개인리그 경기가 가장 뜨거웠던 그 시절, 이번 버닝타임 리그의 이벤트전은 우리가 기억하던 개인전 리그의 2011년으로 돌아갑니다.
[정준의 카트 리포팅] '빅3'의 스피드전 마음껏 즐기자

◆4년만에 나란히 달릴 빅3의 모습
2012년, 개인리그의 마지막까지도 문호준은 독보적이었습니다. 7개의 리그 중 6번의 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14차 리그에서는 80포인트 선취 방식으로 2위와 무려 44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89포인트로 우승을 차지한 초월적 위치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업적에 비해 대부분의 경기에서 문호준의 우승은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유영혁, 전대웅, 박인재 등 많은 경쟁자들이 끊임없이 문호준의 자리를 위협했고, 문호준은 벼랑 끝 승부에서도 본인의 가치를 증명하며 역전을 통한 커리어를 쌓아 갔습니다.

포동포동한 귀여움으로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소황제는 어느덧 스무살의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했고, 다시 한 번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도전을 해 나가는 중입니다.

문호준의 전성시대에 유일하게 그의 타이틀을 빼앗아 온 선수는 역시 유영혁입니다. 2010년 12차 리그에서 문호준의 4연패를 저지하며 생애 첫 개인리그 우승을 달성했고, 팀전으로 변경된 16차 리그 이후에는 6번의 리그 중 3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유버스'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습니다.

'2인자'로 평가 받던 과거를 지나 공백 없이 달려온 유영혁의 행보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돌아온 문호준을 상대로 0.005초 차이의 명승부 끝에 역전승을 일궈 냈으며, 현재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평가 받고 있으니까요.

마지막 빅3는 카트리그 사상 가장 뛰어난 주행 능력을 구사하는 전대웅입니다. 4강에도 오르지 못한 채 팀은 시즌아웃의 운명을 맞았지만, 매주 갱신되는 스피드전 데이터에서 아직까지도 TOP5를 유지하는 타임어택의 최강자입니다.

개인리그에서 3위 3번, 2위 2번을 차지했고, 문호준과의 연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단 한번도 우승의 달콤함을 맛보지 못한 불운의 라이더이기도 합니다. 타임어택에서는 강하지만 멀티에서는 몸싸움의 약점이 있다고 평가 받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유영혁, 김승태 등과 2:1 싸움을 펼치면서도 1위를 독식하는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에이스결정전을 다수 거치며 부침을 겪은 경험이 있는 유영혁, 문호준과는 달리 아직까지 에결 출전 경험이 없어, 이번 이벤트전의 가장 큰 변수로 평가 받습니다.

◆세대교체의 중심이 된 신예들의 성장
팀 리그가 처음 출범할 때만 해도 김승태, 박건웅, 문민기, 문진형, 유관영이 이벤트전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 예상한 팬들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개인리그 당시에 활약한 선수들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위에 언급한 선수들은 최근 1~2년 내에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선수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중 특히 눈여겨 볼 선수는 김승태, 문민기, 박건웅입니다.

김승태는 유영혁과 함께 팀워크를 맞추면서 전대웅 못지 않은 깔끔한 주행을 자랑하는 스피드전 에이스로 성장했습니다. 과거 AN 게이밍에서 장진형, 조성제 등과 합을 맞출 때는 '가능성 있는 신인' 정도였는데, 이제는 명실공히 한 팀을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급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유영혁과 합을 맞추며 문호준, 전대웅과 대전을 경험한 후 이제는 과거 빅3의 아성에 도전할 자격을
갖춘 라이더가 됐죠.

문민기는 뼛속까지 파이터 기질을 타고난 선수입니다. 과거 '인파이터' 김진희에서 이어진 장진형-조성제 라인의 라인브레이커 계보를 잇는 거칠고 화끈한 레이싱을 펼치는 선수죠. 최근 흑기사9을 타면서 본인의 강점인 몸싸움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동등하게 바디를 선택할 수 있는 이벤트전에서는 특유의 거친 파이터 기질이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박건웅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선수입니다. 온라인상에서 무적으로 불릴 만큼 깔끔한 주행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에이스결정전에서도 승리하면서 착실하게 스피드전 능력을 가다듬어가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실력에 비해 무대에서 과도하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훨씬 더 훌륭한 라이더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2011, 모두가 동등한 개인전
이번 이벤트전은 오랜 카트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개인전 방식으로 치러집니다. 8강 50pt 선취, 4강 50pt 선취 방식으로 치러지며, 최후에 살아남은 2인은 1:1 개인전으로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됩니다.

아이템이나 의도적인 자폭성 몸싸움 등의 변수가 최소화된 가장 공평한 방식으로 회귀하는 셈이죠. 그동안의 팀 리그를 시청하며 과거의 스피드전에 대한 향수를 느끼셨던 팬들과 1:1의 짜릿한 승부를 조금 더 깊게 느껴보고 싶은 카트라이더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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