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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무턱대고 좋아하지 맙시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한 20대 배 모씨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2014년 12월부터 2015년 9월까지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해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총판' 역할을 맡아 수천 명의 회원을 모집하며 금전적 이득을 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는 위 기간 동안 약 8억 원을 벌어들여 강남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며 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겨왔다.

불법 도박이 심각한 범죄라는 것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일확천금을 노리기 위해 베팅에 뛰어든 사람들로 인해 20대의 배 모씨는 어린 나이에 편히 돈 방석에 앉아 사치를 즐기게 됐다.

불법 도박과 여기에 따라오는 승부조작으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던 e스포츠 팬들이라면 이런 소식을 듣고 화를 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나 스스로가 불법 도박을 홍보하고 있었다면 어떨까.

다년간 페이스북을 사용해온 기자는 감동적이거나 재밌는 게시물이 보일 경우 버릇처럼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페이스북의 시스템 상 좋아요 버튼을 누르면 친구들에게 그 게시물이 자동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기자가 좋아한 게시물은 특별한 설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된다. 그 게시물에 또 다른 누군가가 '좋아요'를 누른다면 문어발식으로 뻗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기자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몇 년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SNS이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 뿐만 아니라 자신의 친구들을 직접 태그하며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
페이스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

문제는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페이지들이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불법 도박 홍보의 장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장문의 글을 올릴 경우 '더보기' 버튼을 생성해 후반부의 내용을 생략시켜버리는데, 적지 않은 게시물들이 뒷부분에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를 포함하고 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공유한 게시물에 우리가 그토록 혐오하던 불법 도박 사이트의 주소가 포함돼있었고, 의도치 않게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에 공조하고 있던 것이다.

뒤늦게나마 이를 깨달은 기자는 최대한 '좋아요' 버튼 누르는 것을 피하고 있다. 좋아요 버튼을 누를 경우 게시물이 불법적인 광고를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 절차를 거친다. 불법 도박 사이트 홍보에 도움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최근엔 정상적인 게시물에도 댓글로 불법 사이트를 홍보하는 일이 많아졌다. 조금 번거롭지만 최대한 '신고'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집안에 출몰한 바퀴벌레 몇 마리를 잡는다고 해서 숨어있는 바퀴벌레가 모두 박멸되진 않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바퀴벌레를 잡지 않고 그냥 둔다면, 바퀴벌레는 더 이상 숨지 않고 온 집안을 잠식할 것이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에 대해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누른 '좋아요'로 인해 '불법 도박 이용자'라는 바퀴벌레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알아야만 한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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