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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문호준-유영혁의 프로의식

문호준(왼쪽)과 유영혁.
문호준(왼쪽)과 유영혁.
시종일관 경기를 즐기러 왔다며 농담을 주고 받던 두 사람이 있다. 이벤트전에 참가하기 위해 넥슨 아레나를 찾았던 '카트 황제' 문호준과 '카트 신황제' 유영혁은 "누가 우승해도 상관 없다"며 다음 주에 있을 결승전 경기 이야기만 열심히 주고 받았다.

특히 유영혁의 경우 결승전 준비 때문에 이번 이벤트전에 쓰이는 맵에서 연습을 거의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번 시즌 쓰이는 맵과 이벤트전에 쓰이는 맵은 전혀 달랐기 때문에 유영혁이 결승전에 올라가는 것도 기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무대에서도 두 선수는 "반드시 이기겠다", "복수하겠다" 등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에 현장에 있던 팬들과 중계진 그리고 관계자들 모두 오랜만에 펼쳐지는 개인전이고 연습도 거의 되지 않은 선수들이 재미있는 경기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석에 앉자 두 선수의 표정과 경기력은 2011년 전성기 시절 두 선수의 모습 그대로였다. 오랜만에 펼쳐지는 개인전인데다 맵 연습도 제대로 돼있지 못했을 테지만 두 선수는 마치 몇 년을 이 경기를 위해 준비해온 선수들처럼 최선을 다해 달렸다.

문호준은 이번 시즌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이제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영혁 역시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위협 받는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이벤트전 개인전은 '빅3'의 활약 보다는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의 활약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개인전에 들어서자 다른 선수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문호준과 유영혁 둘이 달리고 있는 것처럼 독보적인 실력과 집중력을 보여줬다. 왜 그들이 '황제'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결승전 출발선에 나란히 선 문호준과 유영혁. 두 선수는 결국 카트라이더 리그 사상 최초로 0.001초 차이의 명승부를 펼쳤다.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거리를 따라가는 유영혁,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0.001초 차이로 승리해 버리는 문호준 모두 자신들이 왜 최고인지를 증명했다.

프로의식은 누가 심어주는 것도 아니며 스스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선수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각하며 자존심을 지킬 줄 아는 두 선수의 멋진 프로의식이 카트라이더 리그의 품격을 올려놓았다.

이번 이벤트전에 나섰던 다른 선수들은 실력으로 진 것이 아니다. 실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왜 문호준과 유영혁에게 졌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지금보다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벤트전임에도 불구하고 명승부를 펼쳐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준 두 선수의 프로의식에 박수를 보낸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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