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은 이 기사를 링크하면서 '그는 결혼도 했고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e스포츠 베테랑은 게을러질 새가 없습니다(He's married and he's a father, but esports vet Alex Ich isn't slowing down anytime soon)라는 멘트를 덧붙였다. 세계 최고의 미드 라이너로 각광 받았던 알렉세이가 걸어온 길을 아는 e스포츠 팬들이라면 멋지다고 여기면서 넘어갈 수 있는 트윗이었다.
하지만 ESPN의 이 트윗은 스포츠 논란을 일으켰다. 정확하게 말하면 e스포츠는 스포츠인가, 아닌가라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ESPN의 트위터를 팔로우하고 있는 세계의 많은 스포츠 팬들은 '(e-sport is)not a sport'라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ESPN이 e스포츠를 다루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트윗은 300여 개나 리트윗됐고 셀 수 없이 많은 댓글이 달렸다.
e스포츠는 스포츠인가, 아닌가라는 화두는 종주국인 한국에서도 상존하는 이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포털인 네이버가 e스포츠 기사를 스포츠 섹션에 처음 넣었을 때에도 스포츠 같지도 않은, 게임일 뿐인 뉴스가 왜 스포츠에 편집돼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다. '엄마, 스포츠하러 PC방 가게 1,000 원만 주세요'라는 댓글은 여전히 종종 등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 ESPN은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이벤트를 뉴스로 다루는 매체다. 2016년 ESPN이 e스포츠 섹션을 만들고 북미, 유럽, 중국, 한국 등에서 열리는 e스포츠 대회에 대한 소식을 알리겠다고 나섰을 때 e스포츠 팬들은 '스포츠 강국인 미국도 e스포츠의 위력을 깨달았구나'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ESPN의 공식 트위터 계정이 e스포츠에 대한 기사를 리트윗한 것이 전세계적으로 좋지 않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e스포츠의 잠재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뛰어든 ESPN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ESPN은 e스포츠 뉴스를 다루는 데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신흥 스포츠 종목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뛰어든다면 다양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먼저 e스포츠의 스포츠화를 시작한 한국의 행보를 눈여겨 봐야 한다.
한국은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대한체육회를 만나 정식 체육 종목으로 등재되기 위해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문의했다. 11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와 지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설립하는 과정을 8년 동안 거쳤고 그 결과 2015년 초 준가맹단체로 인정을 받았다.
국제적으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스포츠 어코드라는 국제 단체 가입을 추진했고 국제 육상 연맹과의 연계도 시도했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스포츠 축제인 아시안게임의 하부 대회인 실내 무도 대회에 종목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더불어 민주당의 국회 의원인 전병헌 의원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국제 e스포츠 연맹은 여전히 유명한 스포츠 단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인식 전환 작업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정식 스포츠주의자들에게 e스포츠는 변종 괴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마우스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은 대근육 활동이 아니니 스포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을 깨기 위해서는 e스포츠가 갖고 있는 특별한 가치들을 발굴하고 전파해야 한다.
e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15년 넘도록 e스포츠의 선두에 섰던 한국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쉽지 않다. e스포츠에 새롭게 발을 들여 놓은 ESPN이 반대 여론에 지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길 바란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