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들하고만 인터뷰를 진행해야한다는 규정 같은 것은 없다. 때론 패배한 팀의 감독들을 찾아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듣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이 아닌 패배의 당사자인 선수들을 찾아가 본인이 생각하는 패인이 무언지, 왜 실수를 했는지, 왜 평소 하지 않던 무리한 플레이를 했는지 묻고 싶을 때도 많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패배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기 보다는 변명의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기자는 질문하는 직업이기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패배한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현장으로 취재를 나간 기자가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승자 인터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패자와의 인터뷰 기회를 버릴 수밖에 없다. 프로팀 중에선 사무국 직원이 깐깐한 경우 패배한 선수와의 인터뷰를 중간에서 거부하는 일도 파다하다. 물론 패배한 선수를 인터뷰했다가 "왜 선수들 불편하게 심기를 건드냐"는 팬들의 쓴 소리가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건 선수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제 아무리 객관적 입장에서 패인을 설명해도 "경기에서 진 주제에 무슨 말이 많냐"는 비아냥거림은 언제나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봐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기에 패자 인터뷰는 웬만해선 하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패배의 아픔이 무뎌졌을 때는 별도의 인터뷰를 통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승리보다 패배가 익숙한 선수들에게는 이러한 인터뷰 기회가 잘 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월 29일 진행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슈퍼리그 2016 시즌1 4강 경기에서는 세트와 세트 사이의 휴식시간을 이용해 8강에서 탈락한 1.4 팀의 인터뷰가 방영됐다. 대회에서 탈락한 뒤 1.4 선수들이 느낀 감정을 인터뷰를 통해 솔직하게 전달한 것이다.
1.4는 슈퍼리그 본선에 처음으로 진출해 많은 기대를 모은 신생팀이지만 여러 방면에서 기존 팀들에 비해 부족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마이티와 TNL에게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완패했다.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탈락한 팀은 1.4가 유일했다.
1.4의 경기력을 두고 히어로즈 팬들 사이에선 많은 말이 나왔고, 경기에서 패한 1.4 선수들은 아무런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고 무대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OGN은 그런 1.4 선수들에게 변명의 기회를 줬다. 비록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는 없지만 1.4 선수들은 인터뷰를 통해 처음 경험했던 슈퍼리그에 대한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를 통해 마음속의 무거운 짐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리라 본다.
한창 진행 중인 리그에서 탈락한 선수들의 인터뷰를 공개한 것은 그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 승자가 아닌 패자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것도 좋았고, 변명의 기회를 준 것도 좋았다. 현장의 기자들이 여러 이유로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었기에 더욱 반갑기도 했다.
변명이란, '1. 어떤 잘못이나 실수에 대하여 구실을 대며 그 까닭을 말함. 2. 옳고 그름을 가려 사리를 밝힘.'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다. 말 그대로 패배한 선수들이 왜 졌는지 부담을 갖지 않고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OGN이 히어로즈 슈퍼리그에서 선보인 탈락 팀의 인터뷰 공개는 좋은 시도였다고 본다. 패배한 선수들에겐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답변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카메라가 따라다니며 질문하는 것이 덜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배 팀의 인터뷰는 앞으로 다른 리그에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쉽게 패배한 팀들도 하고 싶은 말은 많을 테니 말이다.
또한 변명을 하기 위해 패배의 원인을 좀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이는 추후 경기력 보완에도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패자의 변명이 반드시 나쁘다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