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이 이렇게 쉽게 끝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비록 객관적인 전력이 유베이스 알스타즈가 압도적이라고 해도 이번 시즌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박건웅와 문민기 그리고 아이템전 김선일까지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한 예일모터스&그리핀이 이변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그러나 역시 경험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웠나보다. 박건웅은 스피드전에서 유영혁-김승태에게 압도적으로 밀렸고 김선일은 아이템전 최강자 이은택에 눌려 힘 하번 써보지 못했다.
유베이스 알스타즈는 지난 2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넥슨 아레나에서 펼쳐진 넥슨 카트라이더 리그 2016 시즌1 버닝타임 결승전에서 스피드전, 아이템전 모두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은 퍼펙트 승리를 따내며 2연패를 달성했다.
스피드전에서는 유영혁과 김승태가 보여준 '크로스 전략'이 빛을 발했다. 김승태를 앞으로 치고 나가게 만든 뒤 노련한 유영혁이 뒤에서 박건웅과 문민기를 견제하는 작전은 100% 성공했다.
사실 결승전이 펼쳐지기 일주일 전 이벤트전에서 김승태와 유영혁은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들어야 했다. 개인전으로 치러진 이벤트전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 기대를 모은 김승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4강에 진출하지 못했으며 유영혁 역시 결승전에서 문호준에게 0.001초 차이로 패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예일모터스&그리핀이 이길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한 사람들은 아마도 개인전을 봤기 때문이리라. 박건웅은 '빅3'를 만나 선전했고 결승전 바로 전주에 펼쳐진 경기에서 패한 유영혁과 김승태의 기세는 한풀 꺾였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김승태와 유영혁이 일주일 전 펼쳐진 개인전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바로 한 주 뒤에 있을 결승전 때문이었다. 결승전에서 쓰이는 맵과 이벤트전에서 쓰였던 개인전 맵은 완전히 달랐다. 유영혁과 김승태는 고민 끝에 이벤트전을 포기하고 결승전 연습에 몰구했기에 개인전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해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한 유영혁과 김승태의 간절함은 노련함까지 더해진 상태였다. 에이스로서 생애 첫 결승전에 선 박건웅이 도저히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결국 김승태와 유영혁은 스피드전 내내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고 그 덕에 유베이스 알스타즈는 스피드전 4대0 완승을 이끌어냈다. 개인전도 포기하고 결승전에 올인한 선수들. 박건웅-문민기보다 왕좌를 지키기 위한 유영혁-김승태의 간절함이 더 컸던 것이다.
박건웅과 문민기는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두 선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경험은 자꾸 쌓이기 마련이다. 유영혁과 김승태의 벽을 넘기 위해 비시즌동안 무던히 노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유영혁과 김승태가 보여준 환상적인 '크로스 주행'은 카트라이더 결승전 역시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