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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챔피언의 품격을 보여준 최성훈

WCS 우승 직후 얀스 안스가르드와 포옹을 나눈 최성훈.(사진=WCS 중계화면 캡처)
WCS 우승 직후 얀스 안스가르드와 포옹을 나눈 최성훈.(사진=WCS 중계화면 캡처)
지난 6일, 폴란드 카토비체 스포덱 아레나에서 열린 2016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윈터 서킷에서 '캡틴 아메리카' 최성훈이 유럽의 강호들을 연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들의 독주를 막기 위해 WCS 시스템이 개편됐지만 해외에서 꾸준히 활동해오던 최성훈이 우승하며 한국 프로게이머의 자존심을 살린 것이다.

최성훈은 1988년생으로 프로게이머 치고 결코 적지 않은 29살이다. 지난 2011년 GSL 슈퍼 토너먼트 우승을 시작으로 5년 동안 매년 1회 이상의 우승 타이틀을 따냈고, 자유의 날개, 군단의 심장, 공허의 유산에서 모두 우승을 기록한 최성훈은 그야말로 꾸준함의 대명사라 볼 수 있다. 최근엔 미국에서 유학생활까지 겸하고 있어 그의 WCS 우승은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최성훈의 우승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우승 직후 그가 보여준 모습 때문이었다. 최성훈은 결승전에서 리퀴드 소속의 노르웨이 저그 'Snute' 얀스 아스가르드를 상대해 세트스코어 4대2로 승리했다.

6세트 맵인 '세라스폐허'에서 마지막 남은 궤멸충을 처치하며 우승을 확정지은 최성훈은 부스에서 나와 개선장군마냥 성큼성큼 무대 위를 걸었다. 순간 최성훈이 어떤 세리머니를 선보일까 궁금했지만 최성훈은 무대 가운데에 놓인 우승컵을 지나쳐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곧장 우승컵을 들어 올리러 간 것이 아니라 패배한 얀스 아스가르드의 부스로 향한 것이다.

상대방의 부스를 찾은 최성훈은 먼저 인사를 건넨 뒤 포옹과 악수를 하고 준우승에 머무른 얀스 아스가르드를 위로했다. 경쟁 상대에 대한 배려와 최성훈의 평소 성품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그간 많은 개인리그 결승전을 봐왔지만 최성훈처럼 세리머니 대신 패자를 먼저 위로하는 장면은 보기 힘들었다. 특히나 한 시즌을 마무리 짓는 WCS 같은 큰 무대에서는 더욱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최성훈과 얀스 아스가르드는 서로가 적대적이지 않고 대회에서 자주 만나 평소 친분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이처럼 큰 대회에서 패자에게 먼저 다가간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모두가 최성훈처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멋진 세리머니는 승리한 자의 특권이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성훈의 '특별한 세리머니'는 더 빛이 났다. 이번이 첫 우승이 아니라는 여유, 그리고 앞으로도 우승할 기회가 남아있다는 챔피언만의 여유가 묻어났다.

결승전 4세트에서는 저그를 상대로 의료선을 생산하지 않고 오로지 불곰만 뽑아내며 승리하는 '상남자'의 면모를 보였는데, 경기가 끝난 뒤엔 멋진 매너까지 선보였으니 어찌 이런 선수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최성훈의 WCS 윈터 서킷 우승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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