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九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전세계적인 관심이 모이면서 스타크래프트로 대결을 펼치면 어떻겠냐는 논의가 진행되기도 했다. 구글 본사에서 인공지능 연구팀인 구글 브레인을 이끌고 있는 제프 딘이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는 다음 도전 분야는 스타크래프트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나온 이야기다.
소위 스타1이라고 부르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될지 스타크래프트2인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타크래프트가 언급되면서 알파고로 대변되는-알파고라는 단어는 시작을 뜻하는 알파와 바둑을 의미하는 고의 합성어이기에 스타크래프트로 종목이 바뀌면 알파스타 정도로 바뀌어야 할 듯하다-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글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기 대결이 스타크래프트가 될 수도 있다는 여지를 열어 놓으면서 우려와 환영이 공존하고 있다. 우려하는 입장은 인간이 인공지능이 지시하는 컨트롤 능력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표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손가락을 따로 컨트롤하는 상황이 아니라 프로그램 상으로만 인간과 대결한다면 어떻게 프로그래밍하느냐에 따라 인간보다 우월한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이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이미 스타크래프트에는 컴퓨터와 대전하는 모드가 있기 때문이다. 구글 입장에서는 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시키기만 하면 된다. 실제로 똑똑한 컴퓨터와 대결해보면 체력이 빠진 유닛들이 자동으로 뒤로 빠졌다가 들어오고 정확한 타이밍에 스팀팩이 사용되는 등 상당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준다.
환영하는 측은 승패와는 큰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세돌 九단이 알파고에게 내리 세 대국을 패하면서 5전3선승제에서는 패했지만 엄청난 이슈를 몰고 왔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바둑 중계를 보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세기의 대국을 생중계한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대국 관전자가 30만 명을 넘어갔고 바둑TV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던 사람들이 찾아 보는 등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스타크래프트 종목으로 인공지능과의 대결이 이뤄진다면 e스포츠에도 새로운 도약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이미 죽은 게임이라 여겨지고 있는 스타1이나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스타2에게도 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스타1에서 인기를 얻었던 임요환, 홍진호, 이영호 등이 인공지능과 대결할 것이라 거론되고 있고 스타2 종목에서는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 2회 우승자인 김유진의 이름이 나오고 있는 것만 봐도 벌써 후끈하다. 실제 대전이 성사된다면 e스포츠는 유례없는 인기를 얻을 것이 분명하다.
e스포츠에서 벌어지는 세기의 대결이 관심을 끈다면 게임에 대한 인식도 자연히 개선될 수 있다. 게임이 마약과 같은 중독 물질로 규정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프로게이머가 승리한다면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다시 한 번 재조명 받을 것이다. 만약 패하더라도 현실에 대한 재고찰을 통해 재도약의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다.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지든 이기든 e스포츠, 게임 업계에는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그래서 외쳐 본다. 덤벼라, 알파고. 아니 알파스타.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