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깊이와 울림을 지닌 우물을 파기 시작한 사이 세계의 e스포츠는 개울을 만들었다. 그 개울은 우물보다는 얕았으나 더 넓게 퍼지며 자신들의 입지를 구축했다.
지난 10일 클라우드 나인이 오버워치 베타에서 세계 랭킹 2위, 북미 1위를 차지한 구글미를 인수하며 팀을 창단했다. 아직 정식 출시조차 되지 않은 종목에 발을 내딛은 것이다. 오버워치에 관심을 갖는 팀은 클라우드 나인만이 아니었다.
커뮤니티 뉴스 사이트인 아이시 베인즈에 따르면 현재 리퀴드와 카운터 로직 게이밍, 템포 스톰 등이 오버워치 팀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템포 스톰은 이미 몇몇 게임단과 접촉한 상태라는 정보다. 이처럼 해외에선 발빠르게 새로운 e스포츠 종목에 대한 투자를 넓혀가고 있다.
해외가 우리나라보다 발빠르게 움직인 건 오버워치 뿐만이 아니다. 카운터 스트라이크:글로벌 오펜시브(이하 CS:G0) 또한 우리 나라의 발전이 유독 더뎠다. CS:GO는 현재 스트리밍 사이트인 트위치에서 시청자 수 1, 2위를 다투는 종목이다. 또한 게임 유통 업체 스팀에서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게임의 인기가 높은만큼 해외에선 CS:GO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프나틱이나 클라우드 나인, 리퀴드 등 일부 팀들은 일찍이 게임단을 창설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중국에서도 에드워드 게이밍이 CS:GO팀을 결성하면서 투자를 확대해 가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에서 현재 CS:GO팀을 꾸린 곳은 MVP가 유일하다. 2015년 11월에 창단한 MVP 프로젝트는 여러 대회에 출전하며 기회를 쌓아갔다. 그리고 MVP는 3월 창단 4개월 만에 소규모 온라인 대회인 CS:GO 극동아시아 인비테이셔널 시즌2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MVP가 기지개를 켰으나 다른 팀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한국의 e스포츠는 여전히 리그 오브 레전드와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우물을 형성하고 있다. 카스 온라인이나 서든 어택, 피파 온라인 등의 종목도 있으나 글로벌 추세와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우리의 우물은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써 e스포츠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선 글로벌 추세에 맞는 변화와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 게임팀들의 투자도 있어야 하며, 선수들의 지위와 법적인 보호를 위한 관계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언론 또한 각 리그에 대해 꾸준하게 조명해 줘야 하고, 독자들의 관심도 필수적이다.
한국인의 실력은 전세계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린 현재 우물 속에 머물러 있다. 우물 안의 황금 개구리가 되지 말자. 더 넓은 곳으로 시선을 옮길 때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