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가 최근 발표한 2015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방영된 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난 한 드라마의 유행어였다.
라이엇이 발표한 SK텔레콤 T1의 2015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은 캐주얼하면서도 사이버펑크스러운 느낌이 묻어났는데, 최근 라이엇이 발표한 스킨들과 비교했을 때 그 퀄리티가 너무 떨어진다는 점이 팬들 사이에서 문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주유소 알바'라는 혹평까지 들려왔다.
일종의 콘셉트 스킨이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은 1년 중 오로지 단 한 팀만 가질 수 있는 영광이며, 챔피언에 대한 예우이기 때문에 팬들의 시선은 평소보다 냉정할 수밖에 없다.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과 함께 발표된 2015 세계 올스타 승리 팀 파이어의 기념 스킨인 지옥의 다이애나는 한 눈에 봐도 더욱 화려해보였다. 비교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디자인이란 것은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 스킨을 봤을 때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어떤 것을 기념하는지가 명확하게 보여야한다는 것이다.
초대 챔피언인 프나틱의 경우 캐릭터의 앞뒤에 프나틱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혔고, 색 또한 뚜렷하게 표현돼 누가 봐도 프나틱 스킨인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 롤드컵 우승 팀인 타이페이 어쌔신(이하 TPA)의 스킨에도 팀의 마스코트가 크게 그려져 있다. 심지어 누누의 경우 설인 윌럼프가 TPA의 마스코트 얼굴을 하고 있을 정도.
2014 챔피언 삼성 갤럭시도 하얀색과 파란색의 색감이 뚜렷하고, 신지드의 경우 방패가 삼성 갤럭시 로고 모양으로 돼있어 한 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다. 렝가의 경우 실제 삼성 선수들의 유니폼을 표현했고, 탈론은 삼성의 저지를 아주 비슷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달랐다. 2013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이 팬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과거의 일이라며 관대하게 넘어가더라도, 2014년 삼성 스킨을 통해 보여준 퀄리티가 있기 때문에 2015 스킨은 많은 팬들의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공개된 2015 롤드컵 스킨은 팬들의 기대치에 한창 못 미쳤고, SK텔레콤의 스킨이라는 것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캐릭터 대부분에 원형과 황금날개 디자인이 적용됐는데, 이는 'T1'이라는 고유명사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T1이라는 팀의 아이덴티티를 내포하고 있지는 않다. 원형과 황금날개 디자인은 널리고 널렸다. T1이라는 로고는 라이즈가 등에 메고 있는 우승컵의 하단에 아주 작게 적혀있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너무 작아 캐릭터가 움직일 경우엔 잘 보이지도 않는다.
또한 2014 삼성 스킨 중 트위치의 경우 귀환모션을 통해 '임프' 구승빈이 풀밭에서 뒹구는 모습까지 재현했기 때문에, '페이커' 이상혁의 스킨에서는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앞구르기나 브로콜리 세리머니가 포함됐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전 세계인이 즐기는 게임에 팀의 로고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대단한 일이다. 이것이 얼마나 큰 경제적 효과를 가지는지 당장 분석할 수는 없지만 수십억을 낸다 해도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오로지 우승팀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러니 5개월이나 걸려서 나온 스킨이 퀄리티가 떨어지고 팀의 특징마저 나타내지 못한다면 팬들이 실망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인 SK텔레콤 선수들조차 방송 인터뷰를 통해 직접적인 아쉬움을 표현할 정도였다. 본래 라이엇의 스킨 제작 능력이 떨어졌다면 별 반응이 없었겠지만, 최근 선보인 스킨들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SK텔레콤만 이런 일이 두 번째이니 팬들 사이에서 "디자인 담당이 SK텔레콤 안티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라이엇이 팬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스킨 출시를 연기하고 수정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왔다는 것이다.
라이엇 내부에서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만들고도 욕먹는 일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만들어주지도 않을 스킨을, 선수 본인의 희망사항은 대체 왜 물어봤던가. 챔피언에 대한 예우를 억지로 쥐어짜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의미가 남다른 만큼 더욱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