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진행되는 롤챔스를 운영하는 관계자들-특히 OGN 방송 관계자들-은 오후 4시가 되자 다들 휴대 전화에 눈을 돌렸다. 중국에서 먼저 시작하는 LPL 결승전의 오프닝 무대를 보기 위해서였다.
LPL 결승전이 열리는 상하이 치종 테니스 센터의 전경이 드러나면서 시작된 오프닝 세리머니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메인 전광판은 한 화면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사이즈가 컸다. 일반 경기장에 쓰이는 화면 세 개를 이어 놓은면서 경기장의 한쪽 벽면을 모두 LED 화면으로 채웠다.
가장 눈에 들어온 부분은 무대 중앙에 놓여 있는 동그란 LED 화면이었다. 딱 봐도 엄청난 사이즈의 LED 화면은 안무가들의 주 공연 무대로 씌였다. 그래픽 작업을 통해 화려한 꽃과 불꽃 등 배경을 제공했고 안무 공연이 끝난 뒤에는 선수들을 소개할 때마다 얼굴이 등장하면서 관객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메인 무대 아래에는 선수들이 경기할 경기석이 이어져 있다(동영상 참조).
중국의 LPL 영상을 본 관계자들은 탄식을 연발했다.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진행된 오프닝을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이 공통이었다. 조용히 한 마디씩 덧붙여졌다. 중국으로 간 OGN 출신 PD들이 그동안 하고 싶었던 연출을 해냈다는 내용도 있었고 이번 결승전에 투입된 자금이 한화로 20억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롤챔스 결승전의 오프닝도 대단했다. 팬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스프링 시즌 오프닝과 연계해서 각 팀의 선수들이 대거 출연해 무대를 빛냈다. 결승전에 올라간 락스 타이거즈와 SK텔레콤 T1 선수들이 별 모양의 끝자리에 포지션별로 서서 등장했다가 무대 중앙으로 모여서 우승컵을 놓고 라인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어느 쪽이 나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 지역의 사정, 상황, 역사, 정서를 담아 오프닝 행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중국의 e스포츠가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지역은 2014년 말부터 한국의 인적 자원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선수 영입이었고 1년이 지난 뒤에는 코칭 스태프까지 눈독 들이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게임 방송국의 연출자들에게도 손을 뻗쳤다.
그럴 수 있던 배경에는 과감한 자본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선수 영입에 수 억원을 들였고 실질적인 효과를 봤다. 코칭 스태프와 방공 관계자 등 추가적인 인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도 '억 소리'가 들렸고 실효를 봤다. 그 결과가 이번 LPL 결승전 오프닝이다. 인적 자원에만 투자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인프라에도 투자했다. LPL 결승전에 투입된 자금 또한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20억 원이라는 돈이 투입된 것으로 보면 자본력에서 한국은 이미 중국에 뒤처졌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에서 잘 만든 제품이 나오면 '대륙의 실수'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금은 '실수'가 일상화되고 있다. 더 이상 중국 제품을 짝퉁이니 모방품으로 폄훼할 수 없다. 엄청난 자본을 들여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고 직접 생산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실로 대단하다. 한국 지역에서 활동하는 팀들도 중국 자본에 의지하는 상황이 적지 않다. 롱주 게이밍은 롱주TV의 직접 투자를 통해 게임단을 운영하고 있고 SK텔레콤 T1의 가장 큰 후원사도 중국 기업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투자 덕분에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이 유지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확대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중국의 투자가 한국 시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전세계 경제 규모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기세를 유지하고 있다. e스포츠에서도 큰 손으로 활약하고 있는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