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이 핀 회식 장소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전태양의 어머니 이영희 씨였다. 어머니는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을 한 명씩 만나기 위해 테이블을 돌고 있었다. 기자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도 왔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너무도 당연히 전태양이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전태양을 봐온 기자였지만 어머니를 직접 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머니에게 물었다. 초등학생이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나섰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죠. 하고 싶은 일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태양이 아버지가 직접 게임을 가르쳐주면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어요. 한두 달 정도 하다가 어렵고 힘들다며 그만 둘 줄 알았는데 재미있다면서 계속 하더라고요. 그래서 밀어주기로 했죠."
전태양은 프로게이머를 하는 10년 동안 한 번도 속을 썩인 적이 없다고 했다. 1, 2개월마다 한 번씩 집에 오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갖고 묵묵하게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훌륭한 프로게이머로 커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도 찾았지만 어머니는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먼 발치에서만 응원했다고.
"태양이가 GSL 4강전에서 김도욱 선수를 꺾고 나서 결승에 올라갔다면서 전화를 했는데 정말 기쁘더라고요.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노력한 결과를 보상받을 기회를 얻으니까 저도 장하다고 칭찬해줬어요."
아들만을 목청껏 응원할 수 있는 무대에 초청 받은 이영희 씨는 준우승에 그친 아들이지만 자랑스럽다고 했다. 수없이 직업을 바꾸고 뚜렷한 목표 없이 생활하는 청년들이 많지만 아들은 한 우물을 10년 동안 팠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최고봉인 결승전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제가 아이가 둘 있는데요. 태양이와 혜성이에요. 태양이가 큰 아들로서 모범을 보여주니까 동생도 형처럼 바르게 크더라고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느라 자주 집에 올 수 없어서 동생과 이야기를 자주 나누지는 못했지만 자기 직업에 충실한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형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형의 활약상이 동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죠."
전태양의 소속 팀이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몇 번이나 바뀌었을 때에는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전태양의 부모님은 믿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숙소 생활을 했고 부모와 떨어져서 학업과 직업을 병행해야 하는 아들의 고초를 알고 있었던 부모님은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신뢰의 끈을 더 강하게 붙잡았다.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학부모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게임은 공부에 방해되는 장애물이며 중독성이 강한 중독 물질로 보는 사례를 빈번히 찾을 수 있다. e스포츠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게이머들 또한 불안한 처우와 길지 않은 수명으로 인해 안정적인 직군으로는 여겨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좋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태양의 부모님은 믿었다. 아들이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여겼고 아들을 도와주고 있는 선후배 프로게이머들,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아들은 10년만에 결승전 진출이라는 실적을 통해 보답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전태양과 그의 부모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성과 그 이상의 무엇을 시사하고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