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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부모님의 믿음

GSL 시즌1 결승전에서 아들 전태양을 응원하고 있는 이영희 씨.
GSL 시즌1 결승전에서 아들 전태양을 응원하고 있는 이영희 씨.
GSL 결승전이 끝나고 기자는 kt 롤스터 선수단이 회식을 진행하고 있는 장소로 향했다. 우승한 주성욱에게는 축하를, 준우승을 차지한 전태양에게는 위로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삼성동 근처에 마련된 회식 장소는 화기애애했다. 프로리그를 준비하느라 주성욱과 전태양을 제외한 스타크래프트2 팀 선수들은 참여하지 못했지만 팬들과 가족들, 위메이드와 kt 시절 두 선수를 지켜봤던 동료 게이머들이 함께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웃음꽃이 핀 회식 장소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전태양의 어머니 이영희 씨였다. 어머니는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을 한 명씩 만나기 위해 테이블을 돌고 있었다. 기자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도 왔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너무도 당연히 전태양이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전태양을 봐온 기자였지만 어머니를 직접 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머니에게 물었다. 초등학생이 프로게이머가 된다고 나섰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죠. 하고 싶은 일일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태양이 아버지가 직접 게임을 가르쳐주면서 적극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어요. 한두 달 정도 하다가 어렵고 힘들다며 그만 둘 줄 알았는데 재미있다면서 계속 하더라고요. 그래서 밀어주기로 했죠."

전태양은 프로게이머를 하는 10년 동안 한 번도 속을 썩인 적이 없다고 했다. 1, 2개월마다 한 번씩 집에 오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자기 일에 책임감을 갖고 묵묵하게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훌륭한 프로게이머로 커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도 찾았지만 어머니는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먼 발치에서만 응원했다고.

"태양이가 GSL 4강전에서 김도욱 선수를 꺾고 나서 결승에 올라갔다면서 전화를 했는데 정말 기쁘더라고요.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노력한 결과를 보상받을 기회를 얻으니까 저도 장하다고 칭찬해줬어요."

아들만을 목청껏 응원할 수 있는 무대에 초청 받은 이영희 씨는 준우승에 그친 아들이지만 자랑스럽다고 했다. 수없이 직업을 바꾸고 뚜렷한 목표 없이 생활하는 청년들이 많지만 아들은 한 우물을 10년 동안 팠고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최고봉인 결승전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제가 아이가 둘 있는데요. 태양이와 혜성이에요. 태양이가 큰 아들로서 모범을 보여주니까 동생도 형처럼 바르게 크더라고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느라 자주 집에 올 수 없어서 동생과 이야기를 자주 나누지는 못했지만 자기 직업에 충실한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형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형의 활약상이 동생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죠."

전태양의 소속 팀이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해 몇 번이나 바뀌었을 때에는 아들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전태양의 부모님은 믿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숙소 생활을 했고 부모와 떨어져서 학업과 직업을 병행해야 하는 아들의 고초를 알고 있었던 부모님은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신뢰의 끈을 더 강하게 붙잡았다.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한 학부모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게임은 공부에 방해되는 장애물이며 중독성이 강한 중독 물질로 보는 사례를 빈번히 찾을 수 있다. e스포츠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게이머들 또한 불안한 처우와 길지 않은 수명으로 인해 안정적인 직군으로는 여겨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좋지 않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태양의 부모님은 믿었다. 아들이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여겼고 아들을 도와주고 있는 선후배 프로게이머들,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아들은 10년만에 결승전 진출이라는 실적을 통해 보답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전태양과 그의 부모가 전해주는 메시지는 성과 그 이상의 무엇을 시사하고 있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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