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스타2 밸런스에 문제가 있으면 DK를 욕하고, 개인리그에서 종족 밸런스 비율이 좋을 때는 DK를 '찬양'하기도 한다. 스타2에서의 DK는 개발자 이름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킴은 지난 4월 27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 스타크래프트2의 리드 밸런스 디자이너 자격으로 참가해 게임 밸런스에 관한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색다른 경험을 한 데이비드 킴은 "블리자드만이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는 RPG 쪽으로 엄청 좋은 게임들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개발을 하는지 궁금했다. 강의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다른 강의를 듣고 한국 개발자들과 교류의 시간을 가진 것도 의미 있고 좋았다. 게임 디자인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밍, 아트 등 다양한 강연을 들었다. 게임 개발에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NDC를 통해 여러 뷰포인트를 보는 것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데이비드 킴을 비롯한 스타2 밸런스 팀은 연초에 많은 비난을 받았다. 프로토스 유닛인 사도가 너무 강력해 프로토스와 테란전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자들의 피드백이 전혀 없었고, 인내심이 무너진 스타2 유저들은 밸런스 팀을 성토하고 나섰다.
데이비드 킴에게 당시 사도 논란에 대한 대응이 늦어졌던 이유를 묻자 "1년 전부터 커뮤니티 피드백을 올렸었는데, 당시 내부 인원과 프로세스가 바뀌면서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사내에서 의사소통 문제가 생기면서 한국에 전달이 잘 되지 않았고, 그 때 마침 사도 이슈가 터졌다. 지금은 고쳐졌고, 이제부턴 그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2 밸런스 팀이 최근 몰두하고 있는 이슈로는 군단숙주의 상향, 토르와 해방선의 역할을 뚜렷하게 만드는 변화, 밴시의 이동속도 향상에 대한 고민, 광자포의 공중 공격시 생체 데미지 추가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부분은 저그의 군단숙주다. 자원에 비해 효율이 낮아 최근 사장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킴은 군단숙주 개선안의 가장 큰 목표로 "유저들이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현재의 역할이 좋은 것 같긴 하지만 확신은 갖기 힘든 단계다. 때문에 생산 가격을 낮추는 쪽으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대한의 버프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허의 유산 들어서 프로토스 동족전에서 거신이 잘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선 "거신이 프로 레벨에서 사용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의도했던 것이었다. 거신 같은 유닛은 어느 레벨에서 사용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나란히 거신을 사용해도 큰 차이가 없어야 하는 유닛이다. 거신의 활용도를 줄이기 위해 분열기를 넣었는데, 지금은 아예 사용되지 않고 있어 거신이 나올 수 있도록 비율을 조절해줘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근에 불사조로 분열기를 카운터 치는 전략이 나왔기 때문에 분열기도 재미 요소가 있는 것 같다. 거신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볼 생각"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사도의 등장 이후 광전사가 초반에 쓰이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모두 의도된 것이었다. 데이비드 킴은 경기 초반 광전사의 사용에 대해 "사도는 초반에 컨트롤 여유가 있는데, 광전사는 그런 것이 없어 재미없는 것 아닌가 생각을 했다. 대신 후반에 쓰이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유닛 컨트롤에서 어려움을 느낀다면 유저들의 재미가 반감된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저그가 최근 대군주를 이용한 빠른 드롭 공격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데이비드 킴은 "대군주에 대한 테스트는 이미 끝난 상태다. 배주머니 업그레이드를 번식지 이후로 하는 것과 기낭갑피를 먼저 업그레이드 하는 조건도 테스트 해봤다. 문제가 확실하다면 패치는 바로 할 수 있다. 저그는 군단의 심장까지만 하더라도 초반 방어에 신경쓰며 일벌레를 늘리는 전략이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빠른 드롭 공격과 궤멸충을 통해 전략에 다양성이 생겼다고 본다. 너무 빨리 하향할 경우 저그의 이런 좋은 점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문제가 산적했지만 커뮤니티 내의 밸런스 논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밸런스 논쟁이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평이 있을 정도. 이처럼 밸런스에 대한 토론이 잦다 보니 그 중심에 선 데이비드 킴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욕이나 칭찬이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있어 재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욕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보다 보면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라는 식으로 재밌는 수준에서 회사 직원들끼리 농담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인터뷰는 GSL 시즌1 결승전이 열리기 전에 진행됐고, 데이비드 킴에게 특별히 응원하는 선수가 있냐고 물었다. 하지만 "특별히 응원하는 선수는 없다. 너무 일방적이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직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응원하는데, 나는 밸런스가 팽팽하기만 바랄 뿐"이라며 웃었다. 데이비드 킴 다운 답변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데이비드 킴은 바쁜 업무 일정으로 인해 GSL 결승전을 지켜보지 못하고 출국해야만 했다. 그런 그가 스타2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한 것이 있었다. 테스트 맵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내부에서는 10명 안팎의 인원으로 테스트를 하지만, 유저들이 직접 테스트 맵에 참여할 경우 새로운 패치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과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공허의 유산에서는 커뮤니티와 함께 개발을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