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명문 베식타스는 이미 지난해 LoL 팀을 창단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진출의 성과를 이뤘고, 스페인 프로농구 팀인 바스코니아도 올해 초 LoL 팀을 창단, 1개월 만에 ESL 마스터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현재는 스페인 리그인 리가 데 비디오후에고스 프로페쇼날(LVP) 시즌10에서 정규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피파(FIFA) 프로게이머를 영입했고,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 릭 폭스는 자신이 직접 오너가 되 프로게임단 에코 폭스를 창단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샤킬 오닐과 미국 프로야구(MLB)의 레전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NRG e스포츠의 투자자로 나섰다. NRG e스포츠의 설립자인 앤디 밀러의 경우 농구 팀 새크라멘토 킹스를 공동 소유하고 있어 신축 경기장인 골든 원 센터를 e스포츠 경기에 활용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많은 e스포츠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샬케의 LoL 팀 창단 소식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계에서 시장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이자 축구 팀 중에서도 구단 가치 20위 안에 드는 샬케가 e스포츠에 직접 뛰어든 것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릭 폭스나 샤킬 오닐처럼 돈이 많은 개인의 투자가 아닌, 초대형 스포츠 클럽이 직접 e스포츠의 중심에 뛰어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에서는 중동과 동남아 갑부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시작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특히 '오일 머니'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선수들을 사들이는 구단이 늘면서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있다'는 말까지 생겼다. 러시아의 석유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와 아랍에미리트 석유 재벌 만수르의 맨체스터 시티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선수들을 사들였고, 팀을 리그 최정상에 올려놨다.
규모는 비할 바 못되지만 e스포츠도 비슷한 상황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2014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 갤럭시의 선수 전원이 2015 시즌을 맞이하면서 거액의 연봉을 받고 중국 무대로 건너간 것이 그 시작이다. e스포츠 팬들에게 잘 알려진 대로 거의 모든 중국 프로게임단들은 재벌 2세의 소유물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많지만 중국 프로게임단들의 공격적인 투자 덕분에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2016년에 들어서는 북미 팀들까지 거액의 연봉을 주고 한국과 유럽에서 선수들을 사들이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샬케가 뛰어든 것이고, 이는 대형 투자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과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e스포츠 시장을 선점해 기존의 오래된 스포츠 팬들과 이제 막 구매력을 갖추기 시작한, 혹은 수년 안에 구매력을 갖게 될 젊은 연령층의 e스포츠 팬들을 한데 아우르겠다는 목표가 엿보인다.
주전 선수들 주급으로만 수억 원을 지출하는 팀들에게 있어 e스포츠 팀을 운영하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투자 대비 효율이나 광고 효과가 그 어떤 종목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에 샬케와 같은 팀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앞으로 한국은 선수들을 수출하는 셀링(Selling) 리그로써의 역할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프로게임단들 대부분이 기업 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뛰어난 재능을 갖춘 선수들이 매일같이 솟아나는 환경에서 국내 기업이 무리하게 해외 팀과 자본 경쟁을 펼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모기업의 경영이 악화될 경우 가장 먼저 정리되는 것이 프로게임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셀링 리그가 결코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축구로 유명한 브라질은 선수 수출로만 매년 수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e스포츠 강국인 우리나라가 향후 브라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청년들더러 중동 가서 돈 벌어오라는 나라에서 프로게이머들이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이만한 애국이 어디 있겠는가.
먼 미래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미 '쩐의 전쟁'은 시작됐다. 자본력이 없는 한국이 해외의 거대 자본을 어떻게 이용하고 끌어들일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시기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