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팬이라면 이 단어가 익숙할 것입니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이 단어를 사용할 일이 없어졌지만 한때 e스포츠는 '본좌'가 지배했고 그 '본좌'를 무너트리는 것에 집중했으며 또 다른 '본좌' 탄생을 바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타크래프트2로 넘어온 뒤 우리는 '본좌'를 갖지 못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스타크래프트2 리그에서는 연달아 우승하는 선수도 없었고 엄청난 포스를 뿜어내다가도 어느 순간 예선을 탈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죠. 스타크래프트2에서 '본좌'라는 호칭을 들은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스타크래프트2가 좀더 흥행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본좌'가 필요합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을 때 우리는 한 명 이상의 '본좌'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팬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선수가 간절한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크로스 매치는 '본좌' 탄생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이벤트였습니다. 처음 크로스 매치가 기획됐을 때 양대 개인리그 우승자가 맞붙는 콘셉트였기 때문에 팬들은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드디어 '본좌'가 탄생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됐죠.
게다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때는 방송사의 이해 관계가 얽혀 성사되지 못했던 양대 개인리그 우승자들의 맞대결은 생각만으로도 팬들을 기대감에 부풀게 만들었습니다. 선수들 역시 다양한 이유로 이번 크로스 매치를 기대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치러진 크로스 매치는 어떤 욕구도 충족시켜주지 못했습니다. 해설자들의 크로스와 집정관 모드 등 다양한 시도는 좋았지만 정작 이번 크로스 매치를 통해 팬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하나도 모여주지 못했죠.
우선 집정관 모드가 너무 길었습니다. 굳이 집정관 모드를 5전3선승제로 할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선수들은 그 경기를 하느라 힘을 많이 쏟았고 이는 지켜보는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죠. 진짜 이벤트인 선수들의 본경기는 선수들이 힘을 빼서인지 몰라도 생각보다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게다가 집정관 모드 경기가 너무 길다 보니 본 경기가 11시 넘어서 끝이 나 중간에 돌아가는 팬들도 상당했습니다.
게다가 선수들은 집정관 모드를 하면서 지친 듯한 모습을 보여줬죠. 4강부터 결승까지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는 '본좌' 탄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만약 우승자끼리의 맞대결이었다면 단 한경기이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4강뿐만 아니라 결승 상대조차 모르기 때문에 선수들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죠.
개인적으로는 '본좌' 탄생을 위해 양대 개인리그 우승자들의 매치로 이번 크로스 매치가 치러졌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들을 모두 출전시킨 것이 팬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양대 우승자들의 진정한 '본좌' 가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팬들의 관심 또한 더 켜졌을 것입니다.
이제 스타리그와 GSL 차기 시즌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번 크로스 매치에서 양대 개인리그 우승자들은 마지막에 웃지 못했습니다. 리그가 시작되기도 전에 우승자의 자존심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이것은 스타리그와 GSL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크로스 매치는 분명 스타크래프트2의 활성화를 위해 기획됐을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2 활성화를 위해 크로스 매치를 그저 이벤트전으로 볼거리만을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진짜 팬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진지한 대회로 성장시킬지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가 '페이커' 이상혁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장했을지는 의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2에도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본좌'가 탄생하기를 그리고 지금은 '본좌' 탄생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고민할 때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